'디젤차 어쩌나' 경유값 14년만에 휘발유 추월…리터당 1947원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김성은 기자 2022.05.11 20:22
글자크기
11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 2022.5.11/뉴스1 (C) News1 이동해 기자 11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 2022.5.11/뉴스1 (C) News1 이동해 기자


전국 경유 판매가격이 14년 만에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경유 가격 상승세에 유류세 추가 인하 등이 반영된 영향이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전일 대비 5.19원 오른 1946.65원으로 휘발유 가격을 역전했다.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전일 대비 2.09원 오른 1945.88원이다.



경유가격 급등의 가장 큰 요인은 올 초부터 경기회복 기대감에 디젤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던 가운데 예기치 않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겹치며 빚어진 글로벌 공급망 교란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세계 디젤가 급등에 대한 경고음은 이미 외신을 통해 흘러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러시아로부터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40%를 의존한다. 또 석유 수입량의 27%를 의존해왔다. 무엇보다 2019년 기준 유럽 전체 육상 운송용 연료 판매량 중 약 75%가 디젤이며 40% 이상의 승용차도 디젤차량이다. 서구에서도 디젤은 '경제를 움직이는 연료'로 여겨지며 그 중요도가 높다.



CNBC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 빠른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고음이 들린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동부 해안에서 디젤 소매가격은 갤런당 6달러 이상으로 2021년 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현지 정제시설이 줄어들던 차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공급을 더욱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지난 15년 간 미국 동부 해안에 있던 정유시설 숫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석유 정제 처리 능력은 2009년 하루 164만배럴에서 최근 81만8000배럴로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구에서 디젤의 수요처는 운송용 뿐만 아니라 산업용, 선박용 등 휘발유보다 더 많기 때문에 팬데믹 사태가 빚어지기 전부터 경유 배럴당 가격은 휘발유보다 4~5달러 더 높게 책정 됐었다"며 "팬데믹 기간 중에는 각 국 봉쇄조치로 경유가격이 휘발유보다 낮아지긴 했으나 올 초부터 국제 경유가가 다시 휘발유를 넘어서던 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달 초에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 대비 배럴당 25달러 이상이나 더 높게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10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가스 시스템 사업자 GTSOU는 러시아군 탓에 동부 돈바스 지역 루한스크 일대를 통과하는 가스관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전체 가스량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어 해당 소식은 에너지 시장 분위기를 더욱 냉각시키고 있다.



국내에서 경유가가 휘발유 가격을 역전한 것은 이같은 국제 정세를 반영한 영향이 우선적이다.

여기에 최근 유류세 인하의 영향이 휘발유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더해진다.

통상 휘발유에 책정된 유류세는 경유보다 더 높았기 때문에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경유가보다 높았었다. 국내에서는 석유제품간 상대 가격비를 정하고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제품별로 유류세 금액을 다르게 책정 부과하고 있다. 상대 비율은 휘발유, 경유, LPG(액화석유가스)가 100대 85대 50이다.



최근 국제 유가 급등에 따라 유류세 인하폭은 30%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당 746원에서 500원으로 246원이 경감됐고 경유는 리터당 529원에서 355원으로 174원이 경감됐다.

문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전세계 디젤 공급난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란 점이다. 국가 간 항공 이동이 재개되면서 항공유 수요가 늘어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 조치가 풀리는 시점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으로 인해 항공 수요 회복으로 정유사의 항공유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설비 생산능력은 한정적인데 항공유 수요 대응을 위해 경유 생산을 줄이고 항공유 생산을 늘리게 되면 경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