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초연구 결과물을 실용화까지 연결하는 '교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VC(벤처캐피털) 주도 창업 모델'을 국내 현실에 맞게 개량·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김석관 선임연구위원은 11일 '한국과 미국의 교수 창업 제도 비교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식 VC 주도 창업 모델을 구현하면 교수들은 학생 교육, 연구 등 본업에 충실하면서 연쇄 창업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양국 교수들의 창업 형태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한국은 창업자인 교수가 대주주로서 위험을 부담하고 CEO(최고경영자), CTO(최고기술책임자) 등 주요 경영진 역할을 도맡는다. 다시 말해 경영·자금·위험 부담 등은 고스란히 교수의 몫인 셈이다. 국내 대학 대부분은 교수의 겸직을 제한하지 않아 창업 시 본업인 교육과 연구 등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제도·문화적, 인적자원의 한계로 VC 주도 모델을 당장 구현하기 어렵다. VC의 경영 지배 목적 투자가 제한돼 있어 창업을 주도하고 대주주로서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것이 막혀 있다. 또 VC 주도 모델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CEO를 맡을 전문경영자 풀이 풍부해야 하는데, 한국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사가 짧아 창업 경험이 있거나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거치면서 역량을 축적한 전문경영자 풀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실현 가능한 현실적 대안으로 먼저 교수 창업자가 기업 출신의 경력직 전문가와 공동 창업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읜 "교수의 좋은 기술과 경험 많은 경영자가 결합된 창업이라서 교수가 경영 능력 없이 창업하는 모델이나 기업 출신 경력자가 기술 없이 창업하는 모델에 비하면 매우 좋은 출발이며, VC 투자도 잘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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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창업 유경험자 등 창업 전문가를 영입해 창업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CEO를 맡아줄 경력직 전문가 풀을 확보, 학내 교수들의 창업 수요가 나타날 때 CEO 초빙부터 투자유치까지 창업 전 과정을 주도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대부분의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대표가 그 대학의 교수인데, 민간의 창업 전문가를 대표로 영입하고 적절한 규모의 투자 재원을 확보한다면 창업전문조직으로 발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식 VC 주도 모델은 일단 제도적 걸림돌들을 제거해 도전적인 VC들이 선례를 남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열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해 VC의 경영지배 목적 투자를 허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경우 창업자의 권한이 약화되는 것이므로, 권한과 의무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창업자의 의무를 요구하는 제도도 함께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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