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친환경 승부수 '지리와 합작'...'中 자본' 우려 넘을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2.05.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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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르노삼성 부산공장. 2020.9.25/뉴스1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르노삼성 부산공장. 2020.9.25/뉴스1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 지리가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주요 주주가 됐다. 국내 부품사인 명신과 합작 개발을 선언한데 이어 르노코리아 지분마저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지리, 르노 지분 34.02% 취득…"친환경 합작 모델 개발 적극 협력"
르노코리아는 지리그룹이 자사 지분의 34.02%를 보유했다고 10일 밝혔다. 기존 지분구조는 르노그룹이 80.04%, 삼성카드가 19.9%였는데, 지리가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취득하면서 지분구조도 바뀌게 됐다. 다만 중국 지리그룹의 지분 참여 이후에도 프랑스 르노그룹의 최대 주주 지위는 계속 유지된다.

르노와 지리의 협력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양사는 지난 1월 한국 시장을 위한 친환경 하이브리드 신차 등 합작 모델을 국내에서 연구 개발·생산해 오는 2024년부터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지리그룹이 볼보 CMA 플랫폼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공하면, 르노그룹이 차량 디자인을 맡는다. 양사는 합작 모델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스테판 드블레스 르노코리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리그룹의 이번 지분 참여 결정은 한국 시장의 높은 잠재력을 기반으로 르노코리아와의 합작 모델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의 선두를 지키는 지리는 그동안 합작 모델 개발·합작 법인 등을 내세워 선진·해외 시장 진출을 꾀했다. 이번 지분 취득으로 한국 시장 내에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리는)'메이드 인 차이나'로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려면 수십년이 걸리는데 현대자동차그룹도 '메이드 인 코리아'로 지금에 오기까지 30~40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지리는 지난해 기준 국내 수입차 시장의 5.45%를 차지한 볼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볼보와 합작해 만든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도 지난 3월 말부터 판매를 개시해 지난달 테슬라를 누르고 국내 수입 전기차 판매 1위를 달성했다. 같은달 볼보는 처음으로 국내 수입차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지리는 지난 2월에는 명신과 손잡고 전기 트럭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양사는 국내 인증과 시장에 맞는 차량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개발 성공시 명신이 인수한 옛 군산GM 공장에서 중국산 전기트럭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 선례 있는데"…中 자본 우려하는 완성차업계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0일 서울의 한 쌍용자동차 전시장의 모습. 2022.5.10/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0일 서울의 한 쌍용자동차 전시장의 모습. 2022.5.10/뉴스1
완성차업계 내에서는 지리가 본격적으로 한국을 자사 합작 개발 차량의 생산 거점으로 삼는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2004년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뒤 4년 만에 철수할 때 '기술 유출 의혹'이 불거진만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에 밀려난 르노코리아·쌍용차·한국GM 등은 (지리 투자 같은) 할 수 있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며 "실제로 브랜드 간 글로벌 협업 사례는 빈번하게 있지만 문제는 그 주체가 쌍용차의 나쁜 선례가 있는 중국자본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볼보처럼 될지 쌍용차처럼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지분 취득은 협력 개발보다 더 강한 조치로,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거세질 것"이라며 "지분 34%는 결코 적지 않으며 지리가 충분히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리가 메이드 인 차이나를 메이드 인 코리아로 탈바꿈하기 위해 한국 시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일부 산업에서는 중국산 핵심 부품을 한국에 들여와 반조립제품(CKD)·부분조립생산(SKD) 등을 통해 한국산으로 바꿔 수출해왔는데, 합작 개발·생산 등이 이를 응용한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김필수 교수는 "르노코리아는 국내 점유율이 떨어지고 실적이 좋지 않아 수세에 몰려 있는 상태"라며 "지리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지분 인수를 하면서 르노의 선진 기술을 이용하며, 대한민국을 게이트웨이(관문) 삼아 유럽·미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 수준도 높고 선진국이고 가깝고 물류비용도 거의 안드는 한국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한국이) 중국의 하청시장으로 변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르노코리아 측은 이번 사례가 '쌍용차 사태와는 결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우리는 지리로부터 기술 투자를 받는 입장"이라며 "미래차 전환 시기에 생존과 미래의 대비하는 입장에서 좋은 기술력을 가진 새로운 투자자를 만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이 다 한국 자본으로만 이뤄져 있는 것이 아니"라며 "중국 자본에 대해서는 민감한 시선이 있는데 (지리는) 중국 자동차라기보다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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