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묶였던 모임·회식 재개…수천억 숙취해소제 시장 '꿈틀'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2.05.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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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묶였던 모임·회식 재개…수천억 숙취해소제 시장 '꿈틀'


코로나19(COVID-19) 유행 감소세가 지속되고 일상 회복 단계에 들어서면서 제약 업계에서는 숙취해소제 판매량 증가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지난 2년간 대폭 줄었던 매출이 늘어날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 (37,050원 ▲550 +1.51%)의 숙취해소제 컨디션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 3월 매출이 1~2월 평균에 비해 30% 정도 늘었다. 4월에도 3월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숙취해소제 시장은 제약사와 식품업체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HK이노엔의 컨디션이 선두로 1위를 점유하고 있다. 그래미의 여명 808, 동아제약의 모닝케어가 뒤를 잇는다. 3개 제품은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시장 전체 규모는 지난 2020년 기준 약 2600억원대로 추산된다.

매년 성장세를 보였던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유행을 맞으면서 대폭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심으로 시행된 방역 대책에서 사적 모임인원과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제한하면서 회식을 비롯한 모임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의 컨디션 매출은 2019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384억원으로 떨어졌다. 동아제약 모닝케어 매출도 같은 기간 131억원에서 75억원까지 줄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일상회복 언급이 된 후) 12월 매출이 반짝 뛰었고, 확진자가 늘었던 1~2월에는 판매가 줄었다가 3월 다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모닝케어의 매출도 지난 3월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평년 수준으로 돌아오진 않았지만 감소 폭이 줄어들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부터 역신장 폭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두 회사 외에 광동제약 (6,630원 ▼60 -0.90%)의 헛개수도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에 자리잡은 상태다. 숙취해소제 강자로 꼽히는 세 회사는 제품 라인을 늘리는 시장 세분화 전략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HK이노엔은 최근 컨디션 스틱을 출시했다. 음료부터 환, 젤리 등 제형의 다양화로 폭넓은 소비자를 겨냥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독 (13,200원 ▼50 -0.38%)의 레디큐는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숙취해소제는 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 식음료로 분류된다. 의약품이 아니라 숙취해소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주품목인 의약품과 달리 까다로운 허가 장벽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개발주기가 의약품보다 짧을 수밖에 없다. 제약사의 전문적인 이미지와 의약품 개발 노하우를 살리면 차별화된 숙취해소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잡는다. 컨디션은 매년 HK이노엔 매출의 5~10% 사이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숙취해소제에 관심을 보이는 제약사가 다수다. 동국제약 (16,060원 ▼220 -1.35%)은 일상 회복에 맞춰 숙취해소제 '아니벌써'의 판매에 돌입했다. 아니벌써는 하티에서 제조하고 동국제약이 판매한다. 하티는 산겨릅나물 추출물을 포함하는 조성물 특허를 가진 건강기능식품 업체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9년 숙취해소제 '칸의아침'을 출시한 후 지난 4월 건강기능식품사업부를 신설했다. 숙취해소제 시장에서 난관은 '트렌드'다. 일반 소비자가 대상인 만큼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다. 광고비 등 홍보 비용이 많이 든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숙취해소제에서 갖는 장점이 있지만 본업과 다르게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이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시장 내 지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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