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열린 정문 개문 기념 행사에서 시민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10일 오전 11시45분 청와대 정문에 들어선 이금례씨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20년 넘게 '대통령 이웃'인 효자동 주민으로 살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드나드는 것만 먼 발치에서 봤을 뿐, 청와대 경내로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누구보다 먼저 청와대를 볼 수 있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이곳저곳 둘러보고 가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각 청와대 본관. 서울 매동초등학교 전교회장인 정서윤양을 비롯한 임원진들은 대통령의 집 앞에서 "청와대, 국민 품으로!"라고 외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학우들을 이끄는 미래의 리더로서 학생들은 청와대가 권력자의 공간보다 국민의 공간이 더 어울린다고 입을 모았다. 정서윤양은 "(청와대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적막했던 청와대로 6000명 몰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청와대 국민 개방 기념행사가 열린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정문이 열리고 있다. 개방행사는 오는 22일까지 열리며 온라인 신청자 중 당첨자만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6차례에 걸쳐 6500명씩 매일 3만9000명이 관람할 수 있다. /사진=인수위 사진기자단
축하공연을 마친 동시에 열린 청와대 정문엔 붉은 꽃다발을 든 74명이 가장 먼저 입장했다. 74년의 시간을 지나 국민의 품으로 되돌아온 청와대의 뜻을 살리기 위해 선정된 지역주민·학생·소외계층·외국인으로 구성된 국민대표다. 뒤이어 청와대 관람에 당첨된 관람객 6000여 명이 입장해 청와대 관람을 시작했다.
청와대 정문과 영빈문, 춘추문 3곳에서 입장한 관람객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경내 곳곳을 누볐다. 자녀나 반려견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 나들이객은 물론 부산의 한 경로당에서 온 단체 관람객까지 각양각색의 시민들이 본관·영빈관·관저·상춘재 등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일부 관람객들은 풀밭에 삼삼오오 앉아 준비해온 김밥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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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들어온 서울 매동초 임수진양은 "청와대 사랑채는 여러 번 왔었는데, 오늘은 청와대 안까지 들어올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건물들이 웅장하고 예쁘다"고 말했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청와대를 찾은 70대 여성 김모씨는 "이 나이 먹도록 한 번도 청와대가 열렸던 적은 없지 않느냐"며 "이렇게 구경할 수 있게 돼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개방도 좋지만, 보존·관리도 철저해야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청와대 국민 개방 기념행사가 열린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에서 국민대표 74인 중 어린이 관람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관람객들은 제한된 동선으로만 다녀야 했던 기존 관람과 달리 자유롭게 청와대 건물과 '미남불'로 불린 보물 '석조여래좌상'이나 침류각, 오운정 등 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로 만족스럽단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건물 내부 관람이 불가능한 점은 아쉬운 점을 꼽혔다. 청와대이전TF(태스크포스)에 따르면 당초 계획과 달리 각종 물품 정리 등의 문제로 건물 내부 개방은 잠정 연기됐다.
일부 관람객들 사이에선 자유로운 관람도 좋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원이 들어온 탓에 청와대 보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가 중요한 문화유산인 만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단 우려에서다. 국민대표 74인으로 선정된 이금례씨는 "앞으로 우리 후손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잘 보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 지정 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제 막 개방한 만큼 경내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선별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개방 이후에도 개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실에서 일정을 잡고 여러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