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6억 적나…'9% 인상 퇴짜' 삼성노조에 직원도 여론도 '싸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오문영 기자 2022.05.06 06:00
글자크기

[MT리포트]'공정'에 멍드는 산업경쟁력

"연봉도 과유불급"…노조 치킨게임에 삼성 직원들도 '지쳤다'
연봉 1.6억 적나…'9% 인상 퇴짜' 삼성노조에 직원도 여론도 '싸늘'


"더 받으면 좋기야 하지만 마냥 올려달라고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지난해 임금협상을 두고 해를 넘겨 이어지는 노사 갈등에 대해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 직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모이면 으레 등장하는 임금·복지에 대한 '불만'이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미래를 압박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을 얘기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고임금·고물가가 올해 기업 경영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른 가운데 고발을 마다하지 않으며 치킨게임을 벌이는 노조가 부른 반작용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8년차 한 직원은 5일 "'연봉 정률 인상 대신 정액 인상'을 포함해 노조가 얘기하는 기계적인 인상안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들도 많다"며 "노조가 세불리기를 위해 포퓰리즘 요구안으로 직원들을 현혹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모바일사업부 5년차 직원도 "그동안 경영진을 상대로 단기 성과에 급급해 미래 대비를 등한시한다고 비판해온 사람들이 일단 받을 돈부터 챙기겠다는 것을 보면 대체 뭐가 다른가 싶다"고 말했다.



노조에 대한 직원들 내부의 이견은 노조 스스로 밝힌 지지 서명 결과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직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임금교섭 지지 서명 동의율이 지난달 말 기준 10% 수준에 그친다. 무기명 복수 참여가 가능한 온라인 서명(구글문서 포맷) 방식인데도 동의율이 노조 가입률(5.3%)을 크게 넘어서지 못했다.

부메랑 된 임금인상, 실적 우려 현실화

연봉 1.6억 적나…'9% 인상 퇴짜' 삼성노조에 직원도 여론도 '싸늘'

삼성전자 내부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우려대로 과도한 임금인상의 후폭풍이 실적 타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은 임금인상 전쟁이 먼저 시작된 IT·게임업계에서 이미 현실화한 분위기다. 전날 시장 전망에 못 미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 (54,400원 ▼400 -0.73%)를 두고 인건비를 포함해 지난해보다 36% 늘어난 영업비용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발자 등 직원들의 몸값은 부쩍 높아졌는데 사업 실적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지난해 직원 평균 보수(스톡옵션 등 포함)는 1억7200만원으로 IT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해 카카오 직원들의 급여총액은 5180억원으로 전년(2920억원)보다 77% 뛰었다.

네이버도 지난달 21일 발표한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10%가량 밑돌면서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실적설명회)에서 "올해부터 인건비를 포함해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15% 이상 뛴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이 실적을 발목 잡았다는 인식을 드러낸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경우 기업 규모와 사업 특성상 이런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 투자액이 연간 영업이익에 육박할 정도로 커지는 상황에서 한번 올리면 되돌리기 힘든 임금의 압박은 실적과 투자 모두를 발목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인건비는 15조8450억원으로 전년보다 20.3%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모바일·가전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하기 때문에 개발자 중심의 네이버·카카오나 메모리반도체 위주의 SK하이닉스에 비해 임금 구조가 복잡해 일괄적으로 임금을 대폭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다른 기업들보다 기본급을 바탕으로 한 성과급도 많기 때문에 11만여명의 임직원 연봉을 두자릿수 인상할 경우 돌아올 인건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도 발목…임금 양극화, 사회적 갈등 비용으로

연봉 1.6억 적나…'9% 인상 퇴짜' 삼성노조에 직원도 여론도 '싸늘'
재계에선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나 실적 개선과 무관하게 임금 인상 갈등이 지속될 경우 기업 자체의 실적 감소와 투자 축소에 따라 성장동력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고용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 120곳의 인건비가 2020년 66조2873억원에서 2021년 74조7720억원으로 12.8% 뛴 반면 임직원 수는 같은 기간 77만5310명에서 77만6628명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위주의 임금 인상으로 대·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도 심해지는 데 대한 경고음도 울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이 924만8000원, 중소기업은 382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배였던 임금 격차가 2.4배로 확대됐다. 기업이 인재 확보를 위해 연봉을 올리는 건 해당 인재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연봉 메이저 리그에 편입된 극소수만 고액 연봉을 누리는 양극화 구조가 사회 전반의 갈등 비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IT 등 앞으로 시장이 커지는 산업 분야에서 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닐 것"이라며 "임금 인상 등에서 너무 경쟁적이 되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숨만 쉬어도 삼성과 격차"…'공정'이 부른 임금파행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삼성전자 임금교섭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지원단 발대식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협의회 임금협약 무효를 주장하며 노동조합 단체교섭권 쟁취를 다짐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삼성전자 임금교섭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지원단 발대식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협의회 임금협약 무효를 주장하며 노동조합 단체교섭권 쟁취를 다짐하고 있다. /뉴스1
IT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임금인상 갈등이 확대되면서 임금갈등의 단초가 된 '공정론'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이른바 '정당한 보상'을 주장하는 업계 전반의 요구가 유례없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공정이 부른 경기침체 우려"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노조와 지난해 임금협상을 여전히 마치지 못한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노조와 급여 체계 개편, 유급휴가 추가 등을 두고 교섭 중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매년 늦어도 3월말까지는 마무리했던 노사협의회와의 임금 교섭을 올해는 4월말에야 끝낸 뒤에도 노조가 노사협의회에서 협의한 올해 연봉인상률 9%를 두고 사측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면서 후폭풍에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데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실적에 걸맞는 '대우'를 내놓아야 한다는 게 노조의 기본 인식이다. 노조 조합원이 전체 임직원의 5%에 그쳐 당장 생산 차질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확산할 경우 삼성 특유의 초격차 전략의 바탕이 되는 선제 투자를 비롯해 경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롯데정밀화학 (47,450원 ▲100 +0.21%)도 노사 임금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조가 파업수순을 밟으면서 울산공장 내 에피클로로하이드린(ECH·에폭시 수지의 원료) 생산공장 등 일부 공장 가동률이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현대제철 (31,800원 ▼800 -2.45%)에서는 노조가 특별공로금을 요구하며 이달 2일부터 충남 당진제철소의 사장실 점검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달 27일부터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118,700원 ▼700 -0.59%)에서는 이달 13일까지 파업이 연장되자 156개 협력사 대표들이 경영난 가중을 호소하면서 파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봉 1.6억 적나…'9% 인상 퇴짜' 삼성노조에 직원도 여론도 '싸늘'
업계 안팎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임금 인상 요구가 경영 차질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것을 두고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공정하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최근 대기업의 임금 인상이 개별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따른 결과라기보다 인력 확보전의 여파라는 점에서 최근의 임금갈등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금을 둘러싼 내홍이 기업 자체의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서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것을 두고도 공정론 논란이 제기된다. 임금 경쟁에서 밀린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확대는 물론 남아있던 우수 인력이 유출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가 임금 인상률을 9% 결정한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8년차 인금 인상률 3% 미만", "삼성과 격차는 숨만 쉬어도 벌어진다" 등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 약화가 중장기적으로 대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기업 및 정규직 중심으로 생산성을 초과하는 고율 임금인상에서 비롯된 임금 격차가 일자리 미스매치(부조화)를 유발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이 2018년 기준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대·중소기업 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비교한 결과(대기업 임금=100 가정시 중소기업 임금) EU는 75.7, 일본은 68.3, 한국은 59.8로 한국의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거시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임금인상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물가상승→임금인상→물가 추가상승→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자 입장에서 급여가 오르기는 했지만 물가 상승세가 거세면서 실질임금은 감소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며 "4%대 고물가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이는 임금인상 근거로 활용되면서 다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은 2.9%로 2014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원 빼도 평균연봉 1억4000만원…삼성 주주도, 여론도 등돌렸다
연봉 1.6억 적나…'9% 인상 퇴짜' 삼성노조에 직원도 여론도 '싸늘'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 노동조합의 잇단 무리수에 주주와 여론이 등을 돌리고 있다. 올해 임금인상률이 너무 낮다는 노조의 주장을 두고 현실에 맞지 않는 인식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노조가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논리'에 빠져 과도한 요구를 내세운다는 목소리가 높다.

5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노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주 노사협의회에서 9%로 결정된 올해 임금인상률(기본인상률 5%, 성과인상률 4%)을 두고 노조가 너무 낮다며 집단 행동에 나선 데 대한 비판이 잇따르는 모양새다. 노조는 지난 2일 삼성전자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고 다음날인 3일에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핵심은 노조의 주장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임직원의 실질 연봉이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1억4000만원이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과도한 요구라는 것이다. 노조는 임직원 평균 급여를 두고 고액 연봉의 임원이 포함된 '평균의 함정'이라 주장하지만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의 평균 급여만 추려내도 1억3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올해 대다수 직원의 임금인상률이 기본인상률 5% 수준에 그칠 것이란 노조의 주장을 두고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본인상률만 적용받더라도 기본급에 연계되는 성과급 등을 포함하면 실제 인상률은 두자릿수를 넘어선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도 노사협의회가 협의한 평균 인상률은 7.5%였지만 성과급 등을 반영하면 연봉 상승률이 두자릿수에 달한 것으로 집계된다. 올해 임금인상률 9%를 반영하면 직원 평균 급여는 1억5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센티브까지 포함한 실제 연봉은 1억600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연봉 1.6억 적나…'9% 인상 퇴짜' 삼성노조에 직원도 여론도 '싸늘'
최근 600만명을 넘어선 삼성전자 주주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IT·게임·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임금인상 경쟁에 삼성전자마저 휩쓸리면서 미래 경쟁력 훼손 우려가 커졌다는 우려가 이어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삼성전자 한 주주는 "다른 IT기업에 비해 연봉이나 인상률이 낮다고 하지만 고졸 직원이나 생산직 등 직군이 다양한 점을 고려하면 평균 연봉이 오히려 높은 수준 아니냐"고 말했다.

또다른 주주는 "최근의 영업이익 성과를 뜯어보면 업황 영향이 커 보이는데 단순하게 실적을 이유로 한번 인상하면 되돌리기 힘든 임금을 대폭 올려달라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노조가 지난해 주장했던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자사주 지급 △코로나 격려금 지급 등의 요구 조건을 더이상 언급하지 않은 채 △투명한 급여 체계 도입 △휴식권 보장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가 노사협의회의 임금 협의를 문제 삼는 것을 두고도 노조의 무리한 주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노사협의회는 사측을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협의 기구다. 현행법상 임직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을 경우 노조의 대표자와 노조가 위촉하는 사람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맡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조 가입률이 5% 수준으로 과반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표성이 더 높은 노사협의회에서 협의가 이뤄지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 행정해석도 노사협의회 협의가 정상적이라는 쪽으로 기운다. 노동부는 비노조원의 근로조건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단체협상 체결 전에 비노조원 임금인상률을 결정해 지급한 것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본다. 노동부는 또 유권해석을 통해 소수 노조가 존재하는 경우과 관련, "조합원의 근로조건은 비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것이 근로자 보호 차원에서 위법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