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공급난에 현대차도 뛰어들었다…"'이것' 직접 만들 것"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2.05.0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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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 및 'xEV트랜드 코리아'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이 삼성SDI부스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팩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 최대규모 이차전지산업 및 EV관련 전시회인 이번 전시회는 11일까지 계속된다. 2021.6.9/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 및 'xEV트랜드 코리아'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이 삼성SDI부스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팩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 최대규모 이차전지산업 및 EV관련 전시회인 이번 전시회는 11일까지 계속된다. 2021.6.9/뉴스1


배터리팩 영역에서의 완성차업계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팩은 전기차에 탑재되는 형태의 최종 단계의 배터리제품이다. 기존에는 배터리업계가 셀, 셀을 묶은 모듈, 셀·모듈을 묶은 팩 사업 일체를 담당하는 구조였다. 전기차 밸류체인 입지를 강화하고 배터리 품귀난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터리팩 분야에서 가장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전기차 회사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CATL·파나소닉 등으로부터 공급받은 원통형 배터리셀을 팩으로 묶어 자사 전기차에 탑재한다. 원통형을 팩 단위로 감싸기 때문에 불용공간이 발생한다. 동일한 면적 대비 파우치·각형에 비해 적은 용량을 실을 수밖에 없지만, 팩 제조 과정에서 전력손실을 막고 효율을 높인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완성차업계도 최근 팩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GM은 최근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멕시코 북부 코아우일라주 라모스 아리즈페(Ramos Arizpe) 공장 증설에 나선다. 기존 내연차 생산설비만 있던 이곳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기존 설비의 개량을 통해 전동화 모델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눈에 띄는 점은 전기차 생산뿐 아니라 배터리팩 설비도 구축한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사(JV) 얼티엄셀즈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지만, 최종 팩 제작은 GM이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배터리 밸류체인 입직 강화를 위해 양극재 생산을 위해 포스코케미칼과 JV를 설립하고, 배터리셀은 LG에너지솔루션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음에도 팩은 홀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스텔란티스는 전동화 계획 발표를 통해 글로벌 5각 배터리 생산체제(기가팩토리)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와 2곳의 JV를 구축한다. 나머지 배터리 생산설비는 토탈에너지,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ACC를 통해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에 건립할 예정이다. 유럽에 건설되는 3곳의 기가팩토리에는 배터리팩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할 때도, 기술격차를 좁히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지속적인 외부수급 계획을 밝힌 현대자동차그룹도 팩 사업만큼은 독자적으로 꾸리는 추세다. 현대모비스는 2010년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과 51:49 비율로 합작한 에이치엘그린파워(HL그린파워) 지분 49%를 지난해 LG 측으로부터 전량 사들였다.

최근에는 HL그린파워에서 'L'을 빼고 'H그린파워'로 사명을 교체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JV를 설립하고, 전기차 생산·라인업 확대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급량도 확대되는 등 파트너십이 강화되는 추세지만 독자적인 팩 제조 능력을 갖춘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만 공급받아 팩을 제조하던 H그린파워는 향후 SK온 배터리도 공급받아 팩을 제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H그린파워 행보에서 완성차업계가 팩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정 회사로부터 셀·모듈·팩 일체를 공급받는 것보다, 팩 사업을 맡게 됨으로써 보다 유연한 배터리 공급망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앞문은 포스코 강판이 뒷문은 현대제철 강판이 사용되기도 했던 것처럼, 아이오닉5 한 대에 LG·SK 배터리셀이 장착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반도체 수급난을 넘어서는 배터리 공급난이 예고된 상태"라면서 "완성차업계는 복수의 공급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돼 속속 내재화를 선언했고,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합작사(JV)를 설립하는 형태의 내재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셀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최종 단계인 팩사업을 완성차가 직접 맡게 됨으로써 공급망 유연화와 전기차 생산 효율성 재고를 노릴 수 있게 됐다"면서 "동시에 전기차 밸류체인 영역에서의 완성차 입지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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