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5G' 'R&D 30조' 빛났지만…기득권 몽니에 '타다 꺼진' 혁신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2.05.0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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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문재인정부 5년, J노믹스의 명암⑧ 과학기술·ICT

편집자주 문재인정부는 경제적으로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하나의 정권을 오롯이 성공 또는 실패라는 한 마디로 재단하기에 5년은 너무 길다. 가치를 배제한 채 객관적 사실만 놓고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성패를 따져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10월22일 인천 송도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연계 스마트시티 추진전략 보고대회'에서 인사말하는 모습. 2020.10.22/사진제공=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10월22일 인천 송도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연계 스마트시티 추진전략 보고대회'에서 인사말하는 모습. 2020.10.22/사진제공=뉴스1


문재인 정부 5년의 과학기술·ICT(정보통신기술) 정책은 명암이 뚜렷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고 정부 R&D(연구개발) 예산 30조원을 달성하는 등 미래기술 육성에 아낌없이 주머니를 열었다. 그러나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꼽았던 '혁신성장'은 기득권의 반발과 관료의 보신주의 등으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방향은 적절했지만 '각론'과 '실천'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3년 뒤 평가는
문재인 정부의 3년차였던 2019년 4월 3일 오후 11시, SK텔레콤 (53,300원 ▼800 -1.48%)·KT (37,950원 ▼700 -1.81%)·LG유플러스 (10,050원 0.00%) 등 이동통신 3사는 각각 5G 1호 가입자를 배출하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언했다. 이통 3사는 당초 이틀 후인 4월 5일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Verizon)이 5G 상용화 일정을 4월 4일로 앞당길 것이란 정보가 파악되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이통3사와 갤럭시S10 5G 제조사인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에 상용화 일정을 앞당길 것을 요청했고, '속도전' 끝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며 ICT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상용화 만 3년을 넘어선 지금까지 5G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공언과 달리 5G의 속도를 체감하기 어렵고, '진짜 5G'로 불리는 28GHz 대역 5G 주파수는 벽을 통과할 때 손실률이 높아 전국망으로 범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8GHz 망도 지하철 와이파이 또는 많은 사람이 몰리는 핫스팟으로 확산하거나,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5G 특화망' 등으로 국민의 체감도를 높일 계획이다.



文정부의 '디지털 뉴딜'…"4차혁명 대응 기반 마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다. 2021.10.21/사진제공=뉴스1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다. 2021.10.21/사진제공=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7월 '디지털 뉴딜'의 목표를 "우리의 디지털 역량을 전 산업 분야에 결합시켜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의 ICT 역량을 기반으로 데이터 경제를 꽃피우기 위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D·N·A(Data·Network·AI) 생태계 강화'를 강조하며 △'데이터 댐(data dam) 구축' △산업 전반의 5G·AI(인공지능) 확산 △'지능형 정부'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또 메타버스·로봇·클라우드·블록체인·IoT(사물인터넷) 등 신산업 육성을 주요 국정 과제로 끌어올렸다.

디지털 뉴딜 정책에 대해서는 산업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에서도 '방향성은 적절했다'는 게 중론이다. 새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수장이 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디지털 뉴딜과 5G 상용화 등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R&D 예산 30조 시대…'K-우주개발' 유의미한 진전
올해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은 30조원에 달한다. 미국·중국·일본·독일에 이어 세계 5위 규모, GDP(국내총생산) 대비 투자 비중으로는 세계 1위다. 2017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무려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문재인 정부의 뚝심 있는 R&D 투자 의지에 대해서만은 과학기술계 전반에서 이견을 찾기 힘들다. 국가R&D 예산의 심의·조정, 성과 평가를 수행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직을 과기정통부 내 차관급으로 신설한 것 역시 과학기술계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10월 누리호(KSLV-Ⅱ)의 발사도 과학기술계의 묵직한 한 걸음이었다. 누리호는 목표 고도 700㎞까지 오른 뒤 최종적으로 위성모사체의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순수 국내 기술로 빚어낸 한국형 발사체의 성능을 과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도록 흔들림 없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덜컹거린 '혁신성장'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0.3.9/사진제공=뉴스1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0.3.9/사진제공=뉴스1
지난 5년의 최대 고비였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사회의 디지털 전환(DX)을 가속화 했지만, 이를 뒷받침 할 혁신기업의 성장은 번번이 기득권의 장벽과 맞닥뜨려야 했다. 2020년 국회 문턱을 넘은 '타다금지법'이 대표 사례다. 201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승합차를 기반으로 기존 택시와 차별화하는 서비스를 통해 등장 1년여만에 1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모았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무허가 운송사업'이라 반발했고, 정부와 국회는 타자금지법을 추진해 2020년 3월 끝내 통과시켰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스타트업도 마음껏 사업하라며 현 정부가 내놓은 '규제 샌드박스' 역시 반쪽 성공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412건의 규제 샌드박스 과제를 승인했다고 자평했지만, 현장에선 규제 샌드박스의 '조건부 승인'이 주로 사업성 및 실효성이 떨어지는 수준으로 생색내기식인 경우가 많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새 정부 인수위도 업계의 이 같은 여론에 부응해 '규제샌드박스 플러스+'를 통한 신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및 전통산업과의 이해갈등 조정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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