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는 106.85로 지난해 4월 101.98 대비 4.8% 상승했다. 4.8%는 글로벌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역시 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폭등한 국제유가 여파로 석유류(34.4%)와 가공식품(7.2%)을 비롯한 공업제품이 7.8% 올랐다. 최근 오름세가 주춤했던 농축수산물도 축산물(7.1%)을 중심으로 1.9% 올랐다. 2022.5.3/뉴스1
그러나 시장에선 한은이 지난 4월 이미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리면서 가계와 소상공인 등의 이자부담이 급증한 만큼 추가 금리인상은 7월 이후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추세를 볼 때 올해 전체 물가상승률은 4%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통향통계심의관은 "5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대비 0%를 기록해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9%를 기록할 것"이라며 "기상조건 악화로 곡물가가 상승하고 코로나로 국제이동성이 제약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정학적 요인이 겹쳐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5% 가까이 달함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중되고 있는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려면 기준금리를 올려 시장 유동성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62조원을 기록한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회씩 기준금리를 올려 올해말 연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도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전 거래일 대비 9.2원 오른 1265.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일 1215.5원으로 12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을 넘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큰 폭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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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올린 후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가 역전되거나 금리차가 줄어드는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과 급격한 환율 상승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은 이자율이 높은 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취임 이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상승과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며 "연준이 0.5%포인트 정책금리 인상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거나 그 이상이 될 경우 자본유출이나 환율 움직임을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5월보다는 오는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선임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4%대 후반으로 큰 폭의 상승을 나타낸 것은 맞지만 앞서 한은이 예상했던 경로에서 벗어난 새로운 변수가 나타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5월 기준금리 인상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이자부담 확대 등을 고려하면 7월 인상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