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튼 인수로 깜짝 놀라게 했던 DL케미칼의 500일, '상전벽해'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2.05.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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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튼 인수로 깜짝 놀라게 했던 DL케미칼의 500일, '상전벽해'


"전혀 다른 회사가 됐다."

작년 1월 1일 물적분할로 출범한 DL케미칼에 대한 회사 안팎의 평가다. 출범 이후 500여일을 돌아보면 평가가 이해된다. 차세대 폴리에틸렌 공장을 완공하고 브라질 자회사 설비 증설도 마쳤다. 글로벌 화학사 크레이튼을 인수 과정에선 '다윗이 골리앗을 인수했다'는 평을 받았으며 업계를 깜짝놀라게 했다.

양적 질적으로 모두 성장했다. 작년 말 착공한 디렉스폴리머 공장이 2023년 가동되면 자동차 내장재 등 첨단 소재 생산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LG배터리 신화를 쓴 김종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리더십도 수혈했다. 2025년 글로벌 20위권 화학사 목표를 향한 채비를 갖춘 셈이다.



DL케미칼은 옛 대림산업 석유화학부문이 작년 1월 1일 물적분할해 출범했다. 주요 생산시설은 여수산단에 있다. 미래소재를 포함 71만톤의 폴리에틸렌(PE)과 20만톤의 폴리부텐(PB), 그리고 5000톤의 합성유 생산 능력을 갖췄다. PB생산 능력은 오픈 마켓기준 세계 1위다.

DL케미칼의 500일은 업계 특유의 보수적 색채를 벗는 과정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초 여수산단에 25만톤 규모 차세대 메탈로센 PE공장을 완공, 메탈로센 PE 생산능력을 세계 3위로 끌어올린게 시작이다. 국내서는 유일하게 DL케미칼이 생산한다. 질기고 강하면서도 재활용 원료를 50% 이상 섞어도 신품 수준의 품질이 나오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는 미래 소재다.



국내 뿐 아니다. 지난해 8월 자회사 카리플렉스의 브라질 파울리나 공장 증설을 완료했다. 2020년 DL케미칼에 인수돼 지난해만 수술용 합성고무 시장 점유율 75%를 기록한 회사다.

지난해 9월 발표된 크레이튼 인수는 세계를 깜짝놀라게 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앞다퉈 인수 경과를 문의할 정도였다. 크레이튼은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 1위다. 위생용 접착제부터 자동차 내장재까지 폭넓게 쓰이는 미래신소재다. 동시에 세계 최대 바이오케미칼 기업으로 800개 이상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DL케미칼은 지난해 12월엔 세계 3위 무정형 폴리 알파 올레핀(APAO)기업 렉스텍과 합작, 디렉스 폴리머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APAO는 열로 녹여 붙일 수 있는 핫멜트 접착제 소재다. 자동차 내외장재 등에 널리 쓰이는 핫멜트 접착제 시장은 매년 6%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25년 13조5000억원 규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DL케미칼의 폭풍성장을 DL그룹이 전폭 지원한다. 그룹 지주사 DL(주)sms 지난해 6월 DL케미칼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데 이어 9월 카리플렉스와 DL에프엔씨 주식을 DL케미칼에 현물증자했다. 그룹 차원 지원이 8500억원에 달한다. DL케미칼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하던 관계사 대림피앤피는 DL케미칼에 합병시켰다.

그룹의 지원아래 다양한 투자를 전개할 수 있었던 힘은 탄탄한 사업구조에서 나왔다. DL케미칼은 국내 최대 NCC(나프타 크래커)인 여천NCC와 폴리프로필렌 생산 기업 폴리미래의 지분을 각각 50% 보유하고 있다. 매년 안정적 배당을 받는다. 특히 석유화학 사업에서 원료조달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여천NCC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DL케미칼의 사업구조는 대단히 안정적이다.

출범 첫해 성적도 준수하다. DL케미칼은 지난 해 연결 기준 1조6000억원의 매출, 1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자회사 카리플렉스 역시 2020년 대비 47% 늘어난 4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성장 시동을 걸었다.

DL케미칼은 2025년까지 글로벌 20위 화학사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3월 김종현 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를 새 수장(부회장)으로 맞이했다. LG화학 배터리사업의 산 증인이다. 사업모델 혁신에 이어 리더십 혁신까지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는 의미다.

DL케미칼 관계자는 "지난해 생산 시설 확충, 인수합병 등은 DL케미칼의 중장기 성장 전략에 따라 장시간 준비한 프로젝트들"이라며 "기존 사업 고도화를 계속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및 친환경 제품 중심의 스페셜티 사업 육성에도 힘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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