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만든다" 주가 급등 후 돌연 "중단"…뒤통수 맞은 개미들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2.04.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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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팬데믹 2년 백신주권 어디까지 왔나④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2년 지났다. 우리는 아직 국산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이 국산 1호 백신으로 기대를 받지만 진짜 토종 백신으로 볼 수 있을지 평가는 엇갈린다. 2호 백신, 온전한 토종 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일부 기업에 대해선 정부 자금 '먹튀' 논란도 있다. 반면 코로나19 백신(GBP510)과 치료제(렉키로나)를 둘 다 확보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성과란 우호적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다음 팬데믹에 대응하려면 자체적인 백신 플랫폼과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백신 기술 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의 백신주권 노력은 얼마나 진척됐는지 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백신 만든다" 주가 급등 후 돌연 "중단"…뒤통수 맞은 개미들


국산 코로나19(COVID-19) 백신 개발이 더딘 이유가 정부 지원이 부족해서만 아니다. 여러 기업이 우후죽순 코로나19 백신 개발 계획을 쏟아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계획 발표와 정부 지원 결정으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널뛰기를 한 사례도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백신을 주가 관리에 활용한 게 아니냔 비판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2021년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에 지원한 정부 예산은 총 560억원(협약 중인 예산 제외)으로 해당 기업들의 총 백신 연구비(773억원)의 72.4%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 백신 임상 비용을 지원 받은 국내 기업은 8개다. 각 사별 평균 70억원 수준의 지원이 이뤄진 셈이다. 미국 모더나가 백신 개발부터 공급까지 정부로부터 100억달러(약 12조7150억원) 규모 지원을 받은 것과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 지원이 부족하단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적은 이유는 국산 백신 대부분이 개발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 백신 임상 비용의 일정 비율을 예산으로 지원한다. 초기 임상 단계에선 필요한 연구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정부 지원금이 적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집행된 백신 연구비 지원에 임상 3상 관련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한 SK바이오사이언스 (58,400원 ▼100 -0.17%)는 국제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지원을 받아 개발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13,630원 ▲80 +0.59%)의 경우 임상 3상 비용 지원과 관련해 정부와 협의 중이다.

오히려 각 회사가 사용한 전체 연구 비용 중 정부 지원금 비중은 대체로 50~75% 수준이다. 업계가 국산 백신이 나오지 않는 책임을 정부의 미비한 지원으로 돌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대한 규모의 지원금이 투입되는 해외와 국내 지원 예산을 비교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국내 지원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대부분의 임상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며 "전체 과정을 놓고 봤을때 대부분의 연구비는 3상 단계에 투입되는 만큼 총 연구비와 이에 따른 지원 예산도 3상 진입 이후 훌쩍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을 받은 뒤 백신 개발을 중도 포기하거나 선회한 기업도 있다. 제넥신 (7,270원 ▲10 +0.14%)은 지난 3월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하던 'GX-19N'의 2/3상 임상시험을 자진 철회했다. 제넥신은 지난해 국내 백신 개발 업체 중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았다. 백신 개발 중단으로 주식시장에선 한동안 비판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제넥신은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중단했다.

셀리드 (3,875원 ▲5 +0.13%)는 기본접종으로 개발 중인 백신 연구를 이어가는 한편 부스터샷 백신을 함께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진원생명과학 (2,405원 ▼30 -1.23%)은 기본접종에서 부스터샷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국내 기업의 백신 개발 전략 수정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접종률이 높아지며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 어려워진데다 비교임상을 위한 대조백신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을 비롯한 신약 개발은 통상적으로 최소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성공률이 희박한 만큼 개발 과정에서 전략을 수정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내 백신 개발 회사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백신 개발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급변하며 투자자 피해를 초래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각 회사는 저마다 기술력을 앞세워 자신감을 표현했지만 결과적으로 핵심 임상을 위한 기반조차 갖추지 못해 시장과 투자자에 실망을 줬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언 이후 주가가 몇배 뛴 기업도 있다. 물론 이후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고스란히 투자자 피해로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 접종률 상승에 따른 임상환자 모집 어려움 등 개발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한 연구를 끝까지 이어갈지 믿음도 약해지고 있다. 과거 메르스와 사스 유행 당시 난립했던 백신 개발 후보들이 현재 대부분 자취를 감춘 점도 신뢰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장 유력한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이 허가를 받게되면 한국은 영국과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자국 기술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모두 개발한 국가가 되는 만큼, 현재 국산 백신 개발 속도가 결코 느리다고 할 순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개발사들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이유는 개발 선언이 쏟아지던 시기 일부 기업이 이를 주가부양에만 악용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실히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은 다소 억울할 수 있지만, 업계 역시 부족한 정부 지원만을 탓하기엔 연구 성과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대책위원장(전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지원은 지원대로 받고 무의미한 공시나 발표만 남발하면서 지원이 부족해 개발이 어렵다는 기업 입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가능성 있는 기업을 선별하기 위한 관련 전문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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