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모더나는 12.7조 반짝 지원…5년 2.2조원으로 '백신강국' 될까?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2.04.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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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팬데믹 2년 백신주권 어디까지 왔나②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2년 지났다. 우리는 아직 국산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이 국산 1호 백신으로 기대를 받지만 진짜 토종 백신으로 볼 수 있을지 평가는 엇갈린다. 2호 백신, 온전한 토종 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일부 기업에 대해선 정부 자금 '먹튀' 논란도 있다. 반면 코로나19 백신(GBP510)과 치료제(렉키로나)를 둘 다 확보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성과란 우호적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다음 팬데믹에 대응하려면 자체적인 백신 플랫폼과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백신 기술 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의 백신주권 노력은 얼마나 진척됐는지 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美모더나는 12.7조 반짝 지원…5년 2.2조원으로 '백신강국' 될까?


지난해 8월 정부는 2026년까지 약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백신 산업을 육성하겠다 발표했다. 이른바 'K-글로벌 백신허브화' 프로젝트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단 토로가 나온다. 2조2000억원이 온전히 산업계 몫이 아닌 데다 작년에도 실제 집행률은 낮았기 때문이다. 범부처 사업으로 체계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조란 우려도 있다.

'K-글로벌 백신허브화'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시장 5위가 목표다. 세부적으로 올 상반기까지 국산 1호 백신, 내년 상반기까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및 변이 대응 백신을 개발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프리미엄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산백신 신속개발 △글로벌 생산협력 확대 △글로벌 백신허브 기반 조기 구축을 추진하겠단 전략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예산은 5년간 총 2조2000억원이다. 분야별로 △국내 백신 개발 1조1000억원 △전문인력 등 생태계 조성 7000억원 △단기 생산역량 확충 3000억원 △글로벌 협력체계 1000억원이다. 이중 39%인 8672억원이 올해까지 예산이다. 작년 2023억원, 올해 6649억원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 백신 개발에 4172억원, 생태계 조성에 1904억원 등을 쓸 예정이다.

'K-글로벌 백신허브화'를 총괄하는 글로벌백신허브화추진단의 관계자는 "올해는 임상 3상 지원 및 인프라 확충, mRNA 백신 개발 지원, 전문인력 양성, 백신특구 확대 및 클러스터 연계, 국가시설 확충 등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여전히 지원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먼저 액수가 만족스럽지 않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백신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은 58.5%, 한국은 1.5%에 불과하다. 통상 백신 개발에 10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이 격차를 좁히려면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미국 정부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모더나에만 100억달러(약 12조7150억원)에 가까운 세금 지원을 했다.

나눠주기식 지원으로 한 기업당 받는 지원금은 더 적다. 정부는 2020년~2021년 코로나19 백신 개발기업 임상지원으로 총 2157억원의 예산을 설정했다. 이중 지금까지 26%인 560억원만 집행했다. 이마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국내 기업 9곳 중 8개 기업이 나눠가졌다.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셀리드가 지원 받은 연구 비용은 152억원이다. 모더나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백신 개발 비용으로 충분한지 의문이다.

국내 백신 개발회사 임원은 "미국은 조 단위 지원이 이뤄진 데 비해 우리나라는 예산이 부족하지 않은 데도 지원 과정이 너무 빡빡하다"며 "증거를 확인한 뒤에야 돈을 찔끔 지원해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백신에 비해 기간을 단축시키는 식으로 도와주긴 했지만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산 백신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더 빠르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부 지원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보면 의미없는 숫자가 아니지만 백신 개발로만 보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는 액수"라며 "K-글로벌 백신허브화 프로젝트에서도 지금처럼 기업마다 나눠주는 형태로 투자가 이뤄지면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범부처 협력사업이란 구조도 업계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회의적으로 보는 요인 중 하나다. 'K-글로벌 백신허브화' 전략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1개 부처가 함께 수립했다.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가 맡고 관계부처 장·차관급 정부위원, 민간이 참여한다. 추진단이 총괄하긴 하지만 한 몸처럼 움직이긴 제약이 있다.

예컨대 2조2000억원 예산은 각 부처 예산 일부가 모여 만들어졌다. 복지부의 경우 2021년 추경을 통해 확보한 980억원, 2022년 예산 418억원이 K-글로벌 백신허브화 예산에 포함됐다. 사정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이 탓에 사업 총괄인 글로벌백신허브화추진단도 타부처 예산 집행 현황 등 세부내역까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다.

이승규 부회장은 "이제는 어느 부처가 주도하는 식이 아니라 바이오산업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 별도 거버넌스를 만들고 해당 조직 아래에서 백신, 의료기기 등 세부 분야를 지원해야 한다"며 "지금 방식대로 11개 부처가 함께 하면 각 부처의 과제 예산을 증액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2~3년 과학적 데이터 모아 리뷰를 한 뒤 예산과 전략을 세웠어야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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