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싶어라" 펄어비스 40% 추락…'검은사막' 中 뚫고도 대체 왜?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2.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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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中 진출 첫 게임…인기 1위지만 매출은 40위권
주가 이틀 연속 하락…증권사도 목표주가 하향조정

펄어비스는 지난 26일 중국에 '검은사막 모바일'을 출시했다. /사진=펄어비스펄어비스는 지난 26일 중국에 '검은사막 모바일'을 출시했다. /사진=펄어비스


만리장성의 벽은 높았다. 한한령을 뚫고 5년 만에 중국에 진출한 펄어비스 (30,600원 ▲650 +2.17%)는 기쁨도 잠시, 천국과 지옥을 바쁘게 오갔다. 중국 출시 1시간 만에 앱마켓 다운로드 1위에 올랐던 '검은사막 모바일'(검은사막M)이 기대 이하의 매출을 올려서다. 10만원에 달했던 주가는 이틀 만에 46% 가량 빠졌다. 자칫 국내 게임사의 중국 진출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검은사막M은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기준 42위를 기록했다. 27일 아침 29위에서 하루 만에 13단계나 떨어진 것이다. 당초 증권가에선 검은사막M이 출시 초기 매출 10위권에 안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오늘만도 31위→37위→42위로 순위가 빠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이 추세라면 30~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1분기 일평균 매출이 10억원을 밑돌 전망이다. 지난 2017년 한한령 이후 5년 만에 중국에 진출한 첫 한국 게임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성적이다. 더욱이 2018년 출시된 검은사막M은 중국의 판호(허가)를 기다리는 게임 중 최신작인 데다, 한국의 전매특허인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란 점에서 기대가 컸다.

펄어비스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출시 당일 약 7% 올랐던 주가(9만8000원)는 전날 24.3%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6만7000원으로 9.7% 하락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펄어비스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제시해놓고 정작 지인에겐 '적정주가는 6만원'이라는 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아예 펄어비스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6만원으로 40% 낮췄다.



中 규제 피해 과금요소 최소화…2주 뒤 반등할까
중국 애플 앱스토어 '검은사막 모바일' 매출 추이. /사진=모바일인덱스 캡처중국 애플 앱스토어 '검은사막 모바일' 매출 추이. /사진=모바일인덱스 캡처
다만 게임업계에선 아직 성패를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한다. 중국이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 시장인 점을 고려하면 단숨에 매출 톱10을 찍기란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모바일 게임시장 매출은 약 43조8806억원으로, 전체 76%를 차지했다. 여기에서 1위를 하려면 일평균 매출이 최소 80억원, 5위권은 40억원을 넘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모바일 게임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시장으로, 검은사막M이 20위권에만 머물러도 선방한 셈"이라며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가 1위를 유지하는 등 이용자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만큼 주말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펄어비스가 안정적인 게임출시를 위해 과금 요소를 덜 넣었다는 분석도 있다. 검은사막M은 다른 MMORPG와 달리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지 않아 국내에서도 '착한게임'으로 불렸다. 여기에 중국 게임산업 규제를 피하고자 기존 BM(수익모델)마저 줄였다는 설명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검은사막M은 원활한 판호 획득을 위해 2주치 빌드에 본격적인 BM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공성전, PvP(이용자 간 대전) 등 핵심 콘텐츠도 제외한 채 론칭됐다"며 "BM이 대폭 강화되고 핵심 콘텐츠 업데이트가 진행되면 매출 순위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 시장, 韓 텃밭 아냐"
한국게임 텃밭으로 여겨졌던 중국에서의 부진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판호 규제만 풀리면 막대한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장밋빛 전망에 불과했던 셈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국내 개발자들도 중국이 모바일게임을 더 잘 만든다고 인정하는데, 정작 게임업계는 중국을 10년 전 수준으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진출을 포기하는 게임사가 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시장 진입도 어려운데 매출을 내긴 더 힘들어져서다. 위 학회장은 펄어비스 사례로 "'중국시장이 뚫려도 안 되는구나'라며 자포자기하는 기업이 나올까 우려스럽다"라며 "게임은 생선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가 게임산업을 위해 판호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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