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 학대로 16개월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 첫 재판을 이틀 앞둔 11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담장 앞에 정인양의 추모와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설치돼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해 2심 재판부는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정인 양을 학대해 생명을 빼앗고, 자신의 책임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볼 때 양모를 엄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 전반을 볼 때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은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자유형"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하려면 피고인의 성장 과정, 교육, 가족관계, 범죄전력, 범죄의 잔인함과 포악함의 정도, 반성 유무 등 양형조건을 모두 봐서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 재판부는 양모가 보호관찰소에서 스트레스 조절 능력 부족 판정을 받은 점을 언급하면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은 피고인의 책임이나 그렇다고 이 범행이 피고인의 포악한 본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만 35세로 장기간의 수형생활로 자신의 성격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출소 후 재범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번 정인 양 사건 이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는 점도 언급하면서 "사회적 공분에 공감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나 이를 양형에 그대로 투영할지는 책임 원칙에 비춰봐야 한다"며 "이 사건에 대한 큰 분노를 보더라도 피고인을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죄형균형주의에 비춰 올바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