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분위기 좋아지려나…숨죽였던 바이오 IPO 꿈틀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2.04.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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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분위기 좋아지려나…숨죽였던 바이오 IPO 꿈틀


"하반기엔 분위기가 좀 좋아질까."

움츠렸던 바이오 IPO(기업공개)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여전히 공모시장에서 바이오는 찬밥 신세지만 슬슬 기업들이 움직인다. 올 하반기엔 투자 수요가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최근 바이오 IPO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공모시장의 바이오 저평가를 고려하면 밸류에이션의 접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지아이이노베이션, 쓰리빌리언, 플라즈맵 등 바이오 기업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지난달 30일엔 미국 바이오 기업이 아벨리노가 먼저 도전장을 냈다.



올해 들어 바이오에 대한 공모시장 투자 수요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장외 바이오 기업의 IPO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실제 지난 1월 6일 샤페론 이후 바이오 기업의 상장 예심 청구는 아벨리노가 처음이다. 두 달 넘게 상장 심사를 청구한 바이오 기업이 없었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인식이 업계에 퍼졌기 때문이다.

실제 장외 바이오 대어로 기대를 모은 보로노이가 공모시장의 바이오 기피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3월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보로노이는 나스닥 상장 기업에 기술이전을 한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다. IPO에 앞서 다수 기술수출 성과를 올린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공모시장에서 기대만큼 투자 수요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주요 바이오 기업의 IPO 도전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는 앞으로 공모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단 기대가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성장 과정에서 자금 조달이나 투자자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필요한 기업의 경우 언제까지 IPO를 미룰 수 없단 절박함이 반영된 사례도 있을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바이오 심사 기류가 다소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단 분위기도 읽힌다.

하반기로 접어들기 전 공모시장의 바이오 평가를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도 대기하고 있다. 이달 들어 알피바이오와 루닛이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특히 루닛은 국내 대표 의료 AI(인공지능) 기업으로 바이오에 대한 공모시장 분위기를 살필 수 있는 주요 이벤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주식시장 상황이다. 국내 증시 침체와 맞물려 주요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줄줄이 곤두박질치면서 전반적인 눈높이가 낮아졌다. 주요 바이오 기업의 주가 하락은 비상장 바이오의 밸류에이션과 직결된다. 상장된 바이오 기업 주식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공모시장 바이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 장외 바이오 기업의 몸값이 치솟은 시장 환경도 바이오 IPO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당시 많은 장외 바이오 기업이 수천억원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그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IPO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과 시장의 눈높이가 다르단 뜻이다.

다만 에이비엘바이오 (22,450원 ▼250 -1.10%)가 지난 1월 1조원을 넘는 대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하면서 국내 바이오에 대한 일각의 의구심을 해소한 점은 긍정적이다. 올해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 연구 진척이나 추가적인 기술수출 성과가 더해질 경우 바이오에 대한 투자 심리가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성장 산업인 바이오는 오랜 기간 코스닥 IPO의 대표 업종으로 활약했다"며 "공모시장의 바이오 저평가가 1년 이상 이어진 사례는 찾기 힘들다는 점도 하반기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또 상장 심사를 통과한 바이오 기업이 조금씩 나오면서 주요 IB(투자은행)들도 미뤄둔 바이오 IPO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장외 투자 업계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와 공모시장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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