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판 '달러 인버스' 개인은 150억 샀다…"환율 더 오르면 위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04.28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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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들어 '달러 곱버스' 등 152억 순매수, 수익률은 -8%…인버스 장기보유 불리, 손실 복구 못할수도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반대로 달러 인버스에 '베팅' 했다. 조만간 달러가 고점을 찍고 내려올 거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인버스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한 달(4월1일~26일)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 인버스 혹은 달러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와 ETN(상장지수증권)을 152억원 어치 순매수 했다.

달러 선물 가격의 역방향으로 2배 연동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5,990원 ▲75 +1.27%)' ETF 순매수 규모가 112억58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마찬가지로 달러 곱버스인 'KOSEF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5,265원 ▲50 +0.96%)'와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6,005원 ▲60 +1.01%)'는 각각 6억6000만원, 2억3700만원 순매수했다. 역방향으로 1배 추종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 (8,265원 ▲45 +0.55%)'는 29억4900만원 어치를 샀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은 달러 인버스·곱버스 ETF와 ETN을 총 15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연초 이후 ETF 발행시장에서 인버스·곱버스 ETF의 설정액(기관 유입자금)이 266억원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기관이 판 물량 대부분을 개인이 받은 셈이다.

달러 인버스는 달러 가격에 역으로 움직이는 상품이다. 달러 선물 가격이 떨어지면 이익이 난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원/달러 환율이 역사적 고점에 다다르면서 앞으로 환율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몰렸다.

국내 상장한 달러 ETF는 대부분 달러 지수 선물을 기초로 한다. 26일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달러 지수 선물(6월물) 가격은 102.318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는 지속된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4원 급등한 1265.2원에 마감했다. 올해 최고치이자 코로나19 위기가 덮쳤던 2020년3월2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상 환율이 1000~1200원 사이에서 움직였던 걸 감안하면 지금 환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상태다. 역대 시계열로 봤을 때 앞으로 상승 여지보다 하락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면 인버스 투자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일시적인 폭등이라면 곧 제자리를 찾아가겠지만 글로벌 경제 환경과 투자심리 등을 고려할 때 달러 강세 기조가 당분간 진정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긴축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원/달러 환율 상단은 1280원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는 달리 유럽, 일본, 중국 등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은 여전히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달러를 견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쏠림현상이 심해진다.

국내 개인 투자자와는 반대로 해외 기관은 달러 강세에 베팅한다. 달러 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인베스코 디피 유에스 달러 인덱스 불리시 펀드'(Invesco DB U.S. Dollar Index Bullish Fund, UUP)에는 연초 이후 3억39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반면 달러와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인베스코 디비 유에스 달러 인덱스 베어리시 펀드'(Invesco DB U.S. Dollar Index Bearish Fund, UDN)에는 196만달러가 빠져 나갔다.

장기 보유할수록 불리한 인버스 특성상 지금 섣불리 달러 인버스에 투자하기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곱버스로 불리는 레버리지 상품은 '변동성 끌림 현상'(변동성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상품 가치가 점차 하락하는 현상)이 심해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현재 달러 곱버스 ETF는 이달 들어서만 8.2% 손실이 났다. 올해 들어서는 11.5% 손실이다. 달러 강세가 계속되거나 횡보 기간이 오래 이어진다면 다시는 원금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개인이 달러 하락 포지션을 잡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 등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이 변하지 않는 한 달러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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