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6m 거리두기' 유엔총장 면담…"다 우크라 때문"만 반복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04.2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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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 민간인 대피 관련 유엔 관여엔 '원칙적' 합의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6m 길이로 알려진 긴 원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AFP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6m 길이로 알려진 긴 원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AF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등의 책임을 모두 우크라이나 측에 돌렸다.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 민간인 대피에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관여하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20피트(약 6m) 길이의 긴 원탁을 사이에 두고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의) 외교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기를 여전히 희망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을 거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이 지난달 말 터키 이스탄불 5차 평화협상에서 '중대한 돌파구(serious breakthrough)'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협상 이후 우크라이나 측이 입장을 바꿨다며, 지지부진한 협상의 책임을 우크라이나 측에 떠넘겼다. 푸틴 대통령은 "그들은 크림과 세바스토폴(크림반도 내 특별시), 돈바스 공화국 문제 등을 논외로 빼버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 확보가 협상의 목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군의 잔혹행위로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다"고 발표하면서 협상이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부차 등에서 다수의 민간인들을 고문한 후 살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각 도시마다 수백구에 달하는 민간인 시신들이 발견되는 중이다.

러시아 측은 이런 민간인 학살이 러시아군을 모함하기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자작극이라며 러시아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반박해왔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부차에서 러시아군과 아무 관련이 없는 도발이 있었다. 누가, 어떤 수단으로, 어떤 사람들이 도발을 준비했는지 알고 있다"며 부차 민간인 대학살이 우크라이나군의 소행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푸틴 대통령은 마리우폴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마리우폴 상황이 복잡하고 비극적이지만, 그곳에서의 전투는 끝났다"며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완전히 봉쇄됐고, 이곳에서도 전투가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에서 철수한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점령에 집중하고 있다.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을 점령해 돈바스 지역을 영구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이후 두 달을 버텨왔지만 현재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마지막 저항 거점으로 삼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UN)는 협상 참여자가 아니지만, 양국 간 대화를 지지하며, 이 접근을 진전시키려는 터키의 선의를 지지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 상황 개선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유엔과 ICRC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의 민간인 대피에 관여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러시아 국방부는 관련 세부 사항에 대한 후속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서 인도주의적 통로를 제공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민간인을 방패로 삼아 그들이 떠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푸틴 대통령과 회담 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우려스럽다며 이와 관련한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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