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생각보다 좋다…기업 10곳 중 7곳 '서프라이즈'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04.27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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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상승 판매가격에 전가+환율 효과도…'깜짝 실적'으로 주가도 '쑥'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10곳 중 7곳은 시장 예상을 상회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절반은 예상치를 10% 이상 웃도는 '깜짝 실적'이었다.

깜짝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주가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앞으로 1분기 실적을 발표할 기업 중 깜짝 실적이 기대되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부진은 기우? '깜짝 실적' 이유는…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기업 34곳(시장 전망치가 존재하는 곳 대상) 가운데 70%인 24곳은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전체의 절반인 17곳은 시장 전망치를 10% 이상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컸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IT기업과 자동차 산업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지정학적 위험까지 겹쳤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에는 악재의 연속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실적만 놓고 보면 이런 우려들은 기우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우려했지만 국내 기업들은 이를 빠르게 판매가격으로 전가하면서 오히려 이익이 늘었다.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 (372,000원 ▼500 -0.13%)의 1분기 영업이익은 2589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58% 높았다. 원가 상승에도 빠른 가격 전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실적이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튬, 니켈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는 과도하다"며 "가격 전가가 90~95%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소재 기업인 해성디에스 (50,200원 ▲200 +0.40%) 역시 원재료 상승을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61.5% 웃도는 4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 구동칩을 만드는 LX세미콘은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 효과가 컸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16% 증가한 1279억원으로 시장 예상을 33.8% 상회했다.

공급망 차질 등으로 Q(판매량)는 줄었지만 가격 인상과 믹스 개선(수익성 높은 제품군 위주의 판매) 등으로 P(가격)가 올라가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글로벌 판매 비중이 높은 현대차 (249,500원 ▼500 -0.20%)의 경우 반도체 수급난과 전쟁으로 인한 일부 지역 수출 제한 등의 위험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 1분기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90만2945대로 전년 동기대비 9.7% 감소했다. 하지만 수익성이 높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가 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6.4% 증가한 1조9289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17% 높은 실적이다.

기아 (118,200원 ▲1,600 +1.37%)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7% 오른 18조3572억원, 영업이익은 49.2% 상승한 1조6065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환율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205.3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8.12% 상승했다. 달러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원화 가치가 약해지면 그만큼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높게 잡히기도 한다. 수출 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을 낙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적 좋으니 주가도 '쑥'…'서프라이즈' 예상 기업은?

시장이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깜짝 실적을 보여준 기업들은 주가도 좋았다.

해성디에스는 지난 15일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23.9% 상승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실적 발표 후 하루가 지난 현 시점에 주가는 각각 3.9%, 4.6% 올랐다.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실적 발표 전일 대비 26일 종가)은 2.01%다. 네이버 등 '어닝 쇼크'를 나타낸 기업들의 주가가 평균 0.5%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깜짝 실적이 기대되는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최근 시장 전망치가 높아진 기업들이 실제로 깜짝 실적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은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1조532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49% 상향됐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본업인 정유업이 호실적을 나타낼 것이란 분석이다. S-Oil 역시 정유업 호황 덕분에 영업이익 추정치가 1달 전보다 38.7% 올랐다.

대한항공 (20,800원 ▲200 +0.97%)도 한달 전보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23% 올라 617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확산에도 여객 부문이 예상보다 견조하고 화물 부문 수익률도 높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HD현대 △GS △비에이치 △대덕전자 △한세실업 △이녹스첨단소재 △KH바텍 △롯데정밀화학 △풍산 등이 1달 전보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10% 이상 상향 조정됐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들이 코스피 지수 대비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폭이 컸다"며 "중형주면서 저베타(변동성이 낮은) 종목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발생했을 때 다른 종목들에 비해 초과수익 폭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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