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10개월 만에?"…스벅·유니클로 창업주 돌아온 이유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2022.04.2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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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기업인 사면론 그 뒤엔 기업의 위기 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임시 CEO. /AFP=뉴스1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임시 CEO. /AFP=뉴스1


능력으로 발탁되고 전문성을 지닌 수장이 기업을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이후, 오히려 방향을 잃고 동력을 상실한 글로벌 기업의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경우 철학을 갖고 운영한 창업주에서 전문경영인으로의 '바톤 터치'로 기업이 흔들린 사례가 많아 '후계자 문제'가 경영계 이슈로 부각될 정도다.



시총 53조 신화 '일본전산', 창업주 10개월 만에 복귀한 이유
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세계 최대 모터회사 일본전산(니덱)의 창업주인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약 10개월 만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복귀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매출은 1조 9182억엔(약19조원), 시가총액은 약 5조3000억엔(약 53조원)에 달한다.

나가모리 회장이 복귀한 것은 일본 내에서도 화제를 낳았다. 영입에 공 들인 전문경영인 세키 준 사장이 CEO 자리를 맡은 지 7개월 여 만에, 회장이 CEO 자리에서 물러선 지 10개월여 만의 복귀이기 때문이다. 신속한 복귀 사유는 주가관리가 전혀 안돼서다. 실적은 18%가량 늘었지만 세키 CEO 취임 당시 1만3000엔(약 13만원) 수준을 유지했던 일본전산의 주가는 지난 25일 종가 기준 8363엔(약 8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나가모리 회장은 CEO 교체에 대해 "매일 주가 그래프를 보며 절망했다"며 "단기간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결단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야나이 타다시 유니클로 회장,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사진=일본전산 홈페이지, AFP (왼쪽부터)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야나이 타다시 유니클로 회장,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사진=일본전산 홈페이지, AFP
소니, 야후의 무너진 아성…스타벅스, 유니클로 회장도 돌아오는 이유
이 밖에도 일본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창업주가 복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 리테일링의 야나이 타다시 회장도 2002년 전문 경영인에 자리를 내줬지만 실적 악화로 2005년 복귀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역시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을 전폭지지하며 '후계자' 자리에 앉혔으나 1년 만에 복귀해 이후 여전히 본인이 이끌고 있다. 자신을 대체할 만한 전문 경영인 찾기는 여전히 난제로 여긴다.

세계적인 기업 소니 역시 창업주로부터, 평사원으로 출발해 창업주 사위가 됐던 이데이 노부유키 CEO, 또 하워드 스트링거 CEO로 경영권이 이양되면서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고 점점 위상이 약해졌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 2018년 스타벅스 CEO직과 이사회에서 물러난 하워드 슐츠 회장은 이달 다시 임시 CEO로 복귀했다.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 △중국과 러시아 시장에서의 어려움 △미국 매장 내 노조 확대 등 회사가 다수 과제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스타벅스의 혁신을 도모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시가총액 142조원에 달하던 검색엔진 야후도 위기를 겪으며 팀 모스, 스콧 톰슨 CEO 등 전문경영인들을 짧게 거쳐 구글 출신 말리사 메이어 CEO까지 영입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5조원 규모에 매각됐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등 최근 세계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도 여전히 창업자가 경영하거나,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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