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의료계 공기, 제약업계 '디지털 치료제'에 눈뜬다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2.04.26 16:01
글자크기
달라진 의료계 공기, 제약업계 '디지털 치료제'에 눈뜬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제약 업계의 관심이 커진다. 허가 당국에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원격 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이 달라지자 벤처 기업의 전유물이었던 디지털 치료제가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 (83,300원 ▼1,700 -2.00%)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뇌전증 발작을 예측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중이다. 연내 국내 임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는 "빠른 시간 내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발표할 계획도 있다"면서 "뇌전증 치료 뿐 아니라 진단, 예방까지 전 주기에서 환자와 함께하는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목표"라고 했다.

SK바이오팜 외에도 삼진제약 (19,770원 ▼110 -0.55%)한독 (13,420원 ▼10 -0.07%) 등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냈다. 한독은 지난해 3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했다. 알코올 중독,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를 공동 개발한다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맺었다. 삼진제약은 휴레이포지티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신규 사업을 모색하기로 했다. 디지털 치료제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만들어 미래 먹거리로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치료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료용 모바일 앱, 가상·증강현실 등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지칭한다. 주로 자가 관리나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는 허가받은 사례가 없어 관련 수가가 산정되지 않고 처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전문적으로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벤처 기업들에 국한돼있었다. 디지털 치료제 대부분이 원격 모니터링을 전제하고 환자 스스로 관리하는 플랫폼인데 의료계에서 원격 의료를 20여년째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제도권 내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활용은 요원한 것으로 여겨졌다.

당국은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불면증·알코올 중독장애·니코틴 중독장애에 대한 디지털 치료기기의 평가 기준을 처음 마련했다. 최근에는 우울증·공황장애를 개선하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성능,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평가 기준, 임상시험 설계 방법 등을 추가로 마련했다. 현재 국내에서 시야장애(뉴냅스), 호흡재활(라이프시맨틱스), 불면증(웰트), 불면증(에임메드) 불안장애(하이) 등 5개 디지털치료기기가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며 연내 1호 허가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에서도 코로나19(COVID-19) 유행 이후 원격 의료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감지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원격의료 안건을 통과시켰다. 의협은 원격 의료를 도입하면 대학병원에만 환자가 쏠려 동네 병원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 반대해왔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2020년2월부터 지난달까지 400만여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면서 원격 의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근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찾아 "비대면 재진을 허용하는 법안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추가적으로 법안도 발의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제약 업계도 이전보다 디지털 치료제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받아들이는 흐름은 새로운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선 제약사들이 디지털 치료제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실제 허가를 받은 제품이 등장하고 수가가 마련되는 등 제도가 정착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