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 규제로 M&A 냉각…문턱은 낮추고, 후 감시 강화해야"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2.04.26 17:37
글자크기

[MT리포트][우회상장 규제, 이제는 풀자]

편집자주 머니게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우회상장 규제가 대폭 강화된 2010년 이후 사실상 국내 증시에서 우회상장이 자취를 감췄다. 시장은 건전해졌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新) 기업가들을 키워내기 위한 인프라는 취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회상장 규제완화의 필요성, 대안 등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긴축 경제 시대에 기업 구조조정과 성장을 위한 M&A(인수·합병)는 당연한 과정이다. 우회상장의 긍정적인 면을 키우고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다. '선심사·후상장'에서 '선상장·후감시' 규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성 교수는 2010년 금융당국이 우회상장 규제를 강화할 당시 연구용역에 참여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및 시장효율화위원회 위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실질심사위원 및 유가증권시장 기업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한 전문가다.



성 교수는 "2011년 우회상장 규제가 신규상장 수준으로 강화된 후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M&A마저 이뤄지지 않는 냉각효과가 심하게 나타났다"며 "시장 경제는 빠르게 변화고 있는데 우회상장은 10년 넘도록 강력한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1년과 달리 현재는 시장 건전성이 강화됐고 글로벌 긴축 상황 등으로 인해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회상장이라는 새로운 방향의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동안 우회상장 악용 사례들도 있었던 만큼 무조건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기 보다 보완점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우회상장은 여전히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며 "과거 우회상장을 악용한 사례들이 여러차례 발생한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우회상장의 긍정적인 면을 되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선심사·후상장' 규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입장벽을 낮춰 기업이 우회상장을 할 수 있도록 만들되 상장 이후에는 보다 엄격한 감시를 통해 시장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선상장·후감시 체제로 전환하면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시장에 활력이 돌 것"이라며 "상장 이후에는 공시, 회계감사, 지배구조 등의 요건을 설정하고 이를 엄격하게 감시해 자격이 안되는 기업들이 시장을 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회상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셀트리온의 경우 창립초부터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내부통제나 지배구조가 건전했지만 대표 악용 사례인 네오세미테크의 경우 감사위원회가 없고, 공시정보 역시 거의 없었다"며 "한국거래소가 감시 장치를 통해 기업이 우회상장을 '먹튀' 수단으로 삼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우회상장 때 질적심사 계속성 요건을 완화해 신산업 기업들이 증시에 입성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성 교수는 "계속성 요건을 심사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역량이 필요하고, 객관성 확보도 쉽지 않다"며 "현재 거래소의 인수합병중개망에 등록된 비상장법인의 경우 계속성 요건에 대한 심사가 면제되는 특례가 있는데, 이를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건전성을 확보를 위해 우회상장 규제의 모호한 부분을 없애고, 내부자거래 규제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 교수는 "시장 활성화와 건전성 제고를 위해서는 규제가 이상적인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규제 완화와 보완이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