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곳간 130조인데…" '미래동력 발굴' M&A 멈춘 삼성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2.04.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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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기업인 사면론 그 뒤엔 기업의 위기②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위기는 늘 있었지만 현재만큼의 불확실성을 마주한 순간은 없었습니다."

26일 삼성전자 실적발표를 이틀 앞두고 한 회사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8일 올해 첫 분기에 77조원의 매출을 거뒀다는 소식을 알릴 예정이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란 희소식이지만 내부에서는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한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해결이 쉽지 않은 중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미래 투자는 정체되면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반의 인플레이션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의 여파로 반도체 시장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내부로 보면 파운드리 수율,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문제에 따른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리더십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 신분으로 정상적인 경영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출장을 위해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어 책임 경영을 하기도 어렵다. 지난 25일 경제계에서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청원한 배경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 규모를 갖춘 대기업의 위기 돌파 과정에 기존에 없는 약점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이 필수적"이라며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사업이 그랬고, 이건희 회장의 바이오 산업이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일은 단기 성과에 구속받는 전문 경영인이 하기는 어려운 일"이라 덧붙였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이미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한다는 공통된 인식 속에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만 TSMC는 올해에만 44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할 계획을 밝혔고, 인텔은 M&A(인수합병)을 무기로 삼성을 제치고 업계 1위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스마트폰 사업은 애플과 중국업체의 압박으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고, 디스플레이 역시 후발주자의 기술 추격이 매섭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투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사실상 2020년 말부터 검토해온 사안으로 과감한 결단보다는 신중한 투자에 가깝다. 지난해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직후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도 있으나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 그쳤다.

성장동력 확보의 지름길로 M&A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가석방 신분인 상태에서 추진되기가 쉽지 않다. 대규모 기업 인수 사례가 2016년 하만 이후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30조원에 달하는 데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총수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라고 짚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M&A 과정에서) 전문경영진 사이에서 합의가 안되면 총수가 직접 가 담판을 지을 필요가 있다"면서 "얼마 전에 롯데에서 미니스탑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 다녀온 것이 한 예"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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