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퍼펙트 스톰' 온다"…'기업인 사면론' 목소리 커지는 이유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2.04.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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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기업인 사면론 그 뒤엔 기업의 위기 ①

/사진 = 이호연 디자인기자/사진 = 이호연 디자인기자


재계와 경제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마무리와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요 기업인을 사면해 달라는 청원을 내놨다.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을 놓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 경쟁과 흔들리는 공급망, 치솟는 원자재 가격 등 물가 상승과 경기 하강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눈앞에 둔 일촉즉발의 경제 환경 속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리더십 있는 경제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룹 총수를 중심으로 빠른 의사 결정과 장기적 안목의 과감한 투자를 장점으로 하는 대한민국 산업 구조에서 이제는 이들을 위기 극복의 선봉장으로 뛰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전 마지막 사면 기회인 석가탄신일(5월 8일)을 앞두고 이 부회장과 신 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글로벌 경제 위기에 국내 기업 경영난이 겹치면서 여느 때보다 '특별 사면'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견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재용·신동빈 등 주요 기업인이 경영 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의 발목이 붙잡혀 있다"며 "고용효과와 경쟁력 확보 등을 고려하면 이들을 사면해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주요 국내 경제 5단체도 지난 25일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량 있는 기업인들의 헌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재계가 한뜻으로 주요 기업인들의 사면을 촉구하고 나선 데에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로, 일본(1.0%)과 대만(2.3%)보다 높으며 아시아 선진 8개국 평균치(2.4%)보다 높다. 반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에 그쳐 호주(4.2%)와 싱가포르(4%)는 물론 대만(3.2%)보다 낮다. 고물가와 저성장 위기가 동시에 예상되는데다 막대한 가계부채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전방위적인 경제위기 '퍼펙트 스톰' 을 앞뒀다는 우려가 커졌다.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은 대표 기업들을 앞세운 주요국들의 글로벌 전쟁터가 되고 있고, 미중 갈등에서 기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최근 수년간 수감 생활과 재판, 가석방 신분 등으로 발목이 묶인 사이 과감한 미래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 사이 경쟁사인 휴대폰의 애플, 반도체 부문의 TSMC, 인텔 등은 공격적인 투자로 삼성전자와 거리를 넓히거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과거에도 국가경제가 암초에 직면할 때 기업인들을 사면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있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로 위기를 맞았던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특별사면을 받고, 위기 극복의 전면에 섰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9년 단독 사면 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상태이기 때문에 등기이사 등재가 제한되고 해외 출국에도 제한이 걸리는 등 (오너로서의) 책임경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기업인들의 사면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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