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호연 디자인기자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재용·신동빈 등 주요 기업인이 경영 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의 발목이 붙잡혀 있다"며 "고용효과와 경쟁력 확보 등을 고려하면 이들을 사면해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가 한뜻으로 주요 기업인들의 사면을 촉구하고 나선 데에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로, 일본(1.0%)과 대만(2.3%)보다 높으며 아시아 선진 8개국 평균치(2.4%)보다 높다. 반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에 그쳐 호주(4.2%)와 싱가포르(4%)는 물론 대만(3.2%)보다 낮다. 고물가와 저성장 위기가 동시에 예상되는데다 막대한 가계부채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전방위적인 경제위기 '퍼펙트 스톰' 을 앞뒀다는 우려가 커졌다.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은 대표 기업들을 앞세운 주요국들의 글로벌 전쟁터가 되고 있고, 미중 갈등에서 기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최근 수년간 수감 생활과 재판, 가석방 신분 등으로 발목이 묶인 사이 과감한 미래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 사이 경쟁사인 휴대폰의 애플, 반도체 부문의 TSMC, 인텔 등은 공격적인 투자로 삼성전자와 거리를 넓히거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과거에도 국가경제가 암초에 직면할 때 기업인들을 사면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있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로 위기를 맞았던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특별사면을 받고, 위기 극복의 전면에 섰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9년 단독 사면 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상태이기 때문에 등기이사 등재가 제한되고 해외 출국에도 제한이 걸리는 등 (오너로서의) 책임경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기업인들의 사면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