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약사인 일성신약은 본업보다 주식 투자로 유명해진 기업이기도 하다. 1954년 윤병강 회장이 설립한 일성신약은 항생제, 마취제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수천억원의 주식을 굴리는 '투자회사' 타이틀이 더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윤 회장은 동양증권을 세운 금융투자업계 1세대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보유주식은 계속 늘었다. 2007년 일성신약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당시 보유했던 주식(220만주)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주당 매수단가는 2만원 가량이었다. 그해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주식 550만주 가운데 220만주를 처분해 대거 차익을 냈고 나머지 330만7070주(2.12%)는 보유하고 있었다.
이 때 시작된 공방은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갔다. 1심에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2심에선 주주들에게 제시된 주식매수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판결이 나왔다.
2심 법원은 5만7234원이던 매수청구가를 6만6602원으로 올리라 했고 이에 삼성이 재항고에 나서며 대법원까지 갔다. 대법원은 이달 14일 일성신약의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 삼성물산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일성신약이 받게 된 자금은 1892억원에서 309억원이 늘어난 2202억원이 됐는데 여기에 플러스 알파(α)가 더 붙을 전망이다.
일성신약이 현재까지 주식매수청구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만큼 연이율 6%의 지연손해금이 붙게 되는데 소송기간을 반영하면 881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를 더하면 일성신약이 받을 돈은 3083억원으로 늘어난다.
연 6%의 지연손해금을 계산하는 방식에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309억원(대법원 판결로 일성신약이 더 받게 된 자금)을 기준으로 하면 124억원 가량만 추가된다. 반면 일성신약이 변경된 매수청구가격을 적용해 받게 된 총 금액 2202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지연손해금이 881억원으로 크게 불어난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과 일성신약은 현재 입장차이를 확인한 상태다. 일성신약은 지연손해금을 881억원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삼성물산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성신약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주식매수청구 자금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며 "지연손해금 산정에 있어 원금전체를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