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고 노히트노런, 26년 전 경험 투수코치 '황금 조언' 있었다 [★비하인드]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2.04.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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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고 김재현(왼쪽)과 휘문고 시절의 정형주 투수코치./사진 제공=중앙고등학교 야구부, 정형주 투수코치중앙고 김재현(왼쪽)과 휘문고 시절의 정형주 투수코치./사진 제공=중앙고등학교 야구부, 정형주 투수코치


고교야구에서 5년 만에 나온 노히트 노런. 그 뒤에는 26년 전 같은 기록을 세운 코치의 황금같은 조언과 격려가 숨어 있었다.

중앙고 우완 투수 김재현(18·3년)은 지난 24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2022 고교야구 주말리그(서울·인천권) 동산고와 경기에서 9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며 무피안타 무볼넷 2사구 11탈삼진으로 노히트 노런(중앙고 5-0 승)을 기록했다.

중앙고에는 노히트 노런 경험자가 한 명 더 있다. 정형주(45) 투수코치다. 그는 휘문고 시절인 1996년 청룡기고교대회 서울 예선에서 동대문상고(현 청원고)를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정 코치는 25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사실 (김)재현이의 컨디션이 좋은 날은 아니었다. 3회가 시작되기 전에 (김)찬용이(포수)가 와서 '재현이 체인지업과 커브가 안 좋다'고 말했고, 그때부터는 두 구종을 배제하고 던지도록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5회부터 이미 휘문고 더그아웃은 대기록을 향한 기대감에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6회 2사 후 송태수(17·동산고)의 타구가 좌중간 외야로 향한 순간 마운드 위의 김재현은 털썩 주저앉았다. 김재현은 "안타성 타구라 노히트 노런이 깨지는 줄 알았다"고 아찔했던 그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중견수 신민석(19)이 다이빙해 타구를 잡아냈고 순간 신월 야구장이 떠들썩해졌다. 이 호수비를 계기로 정 코치는 26년 전 자신의 경험을 되살렸다. 그는 "(김)재현이에게 '지금까지 최고의 투구를 보여줬는데 공 하나 때문에 후회할 수 있다. 7회부터는 공 하나가 마지막 공이라 생각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가 맞더라도) 친구들이 지금처럼 다 잡아준다. 혼자 이겨내려 하지 말고 친구들을 믿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현./사진제공=중앙고등학교 야구부김재현./사진제공=중앙고등학교 야구부
긴장한 것은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정 코치는 "그날 전까지 연습경기를 포함해도 김재현의 최다 투구수는 90개를 넘지 못했다. 더그아웃에서 107구의 사인을 내가 다 냈는데 7회 이후 마지막 20구는 쭈뼛쭈뼛했다"고 밝혔다.

결국 김재현은 2017년 배재고 신준혁(23) 이후 5년 만에 고교 대회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고교야구에서는 2018년부터 하루 투구 수 105개 제한 규정이 생겼으나 노히트 노런이나 퍼펙트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면 예외를 둔다는 규정이 있다.


정형주 코치는 신월중 시절 포수로서 전 메이저리거 김선우(45)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배터리를 이뤘고 휘문고에서는 투수로서도 함께했다. 1997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지만 중앙대 진학을 선택했다. 그러나 중학교 시절 당한 교통사고의 여파로 끝내 대학교 3학년 때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정 코치는 "내가 노히트 노런할 때는 이렇게 긴장도 안 됐고 신경도 안 썼다. 긴장감은 (김)재현이 때가 더 컸다"면서 "(재현이가) 제자이기도 하지만,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라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동안 팀 사정상 어려운 상황에 등판하는 일도 있어 미안한 것도 많았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재현.  /사진 제공=김재현 선수김재현. /사진 제공=김재현 선수
키 184㎝, 몸무게 89㎏의 우완 김재현은 평균 시속 136㎞, 최고 141㎞의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진다. 덕수고 1학년 초 오른쪽 팔꿈치 뼈를 깎는 수술을 한 그는 이후에도 부상(어깨, 이두근)이 계속돼 지난해 7월 중앙고로 전학을 와서도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올해 초 동계훈련이 돼서야 부상 걱정 없이 공을 마음껏 던질 수 있었고, 이날 경기가 고교 4번째 공식대회 등판이었다.

MBC-LG 포수 출신으로 LG와 SK에서 배터리 코치를 지낸 서효인(60) 중앙고 감독은 "(김)재현이가 올해 동계훈련부터 부상을 잘 이겨내더니 대구 윈터리그부터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만 (주무기인) 직구와 커브만 던져 타자들과 승부가 길어졌고 2월부터 체인지업을 던져보라고 했다"며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기 시작하면서 타자들과 승부가 빨라졌다. 그러면서 투구수도 줄고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칭찬했다.

서 감독은 노히트 노런 상황에 대해 "9회부터는 나도 긴장됐다. 보편적으로 노히트가 깨지면 투수를 바꾸지만, (김)재현이에게는 완투승도 의미가 크다"면서 "아주 대단한 피칭이었다. 본인도 잘 던졌고 야수들도 많이 도와줬다. 본인에게도 잊지 못하는 날이었겠으나, 감독으로서도 굉장히 영광스러운 날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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