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아기 죽였다"…무차별 러 미사일, 옆나라 몰도바까지 넘본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2.04.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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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부사령관, 남동부 장악 뒤 몰도바 공격할 가능성 열어둬…유엔, 러·우크라 방문 예정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러시아 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정유 공장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C) 로이터=뉴스1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러시아 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정유 공장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C) 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이 사실상 러시아군에 점령 당한 가운데, 러시아군이 23일(현지시간)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다는 신호도 보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우크라이나 남부 공군사령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오데사에 있는 군사 시설과 민간인 주거 시설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벌였다고 발표했다. 헤나디 트루하노우 오데사 시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사일 공격으로 적어도 8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그는 "사망자 가운데는 생후 3개월된 영아도 있다"며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현지 지역 정부는 파괴된 건물에서 주민 86명을 구조했으며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제공한 무기를 보관하고 있는 오데사의 군수물자 보관 시설을 정밀 타격해 파괴했다고만 밝혔다. 러시아쪽은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인 200명이 숨지고 군 차량 30대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오데사는 흑해 연안 지역 가운데 러시아군이 점령하지 못한 서쪽 일부 지역의 핵심 도시이며, 최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오데사 동쪽 도시 미콜라이우 등지에서 러시아군의 서쪽 진격을 막아내고 있다.



"3개월 아기 죽였다"…무차별 러 미사일, 옆나라 몰도바까지 넘본다
루스탐 민네카예프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부사령관은 전날(22일) 러시아군의 '2단계 작전' 목표는 동부 돈바스 지역과 남부 해안 지역의 완전한 통제라고 말했다. 이는 이 지역 영구 점령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틀 전 시작된 '특별 군사작전' 2단계에서 러시아군의 과제 가운데 하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 남부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남부 통제는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이 억압을 당하고 있는 트란스니스트리아로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돈바스 등을 공격한 논리대로 몰도바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몰도바 공화국'은 몰도바 공화국 영토 안에 위치한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으로, 1991년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몰도바로부터 독립을 주장했으나 몰도바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정식 인정 하진 않지만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대를 주둔시켜 간접적으로 지원해왔다.

트란스니스트리아 언급에 대해 몰도바 공화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몰도바 외교부는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몰도바 외교부는 "이런 발언은 몰도바공화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지한다는 러시아의 기존 입장과 모순되는 것"이라며 "러시아계 주민들이 억압을 받고 있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이 사실상 점령한 남동부 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 저항을 벌이고 있는 아조우 연대는 이날 제철소에 대피한 민간인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좁은 방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루간스크, 도네츠크 지역에서도 포격이 잇따라 사상자가 속출했다. 도네츠크 지역에선 22일에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하르키우 지역에선 러시아군이 56건의 공격을 감행해 2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필요한 무기를 지원받는 즉시 일시적으로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들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전쟁 2개월, 유엔의 등판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이 심화하고 주변국에 대한 공격 가능성까지 부상하면서 유엔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26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실무 협의를 하고 오찬도 함께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다. 이어 2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먼저 러시아에 갔다가 우크라이나로 오는 것은 그야말로 잘못"이라며 "순방 순서에 공정도 논리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키이우에서만 민간인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면서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다. 모스크바의 거리에는 시체가 없다. 먼저 우크라이나 국민을 만나 침공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24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블링컨·오스틴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고, 국방부 역시 확인을 거부한 상황이다. 만약 두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성사되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위급 미국 정부 인사의 첫 방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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