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건강검진에서 유전도 비만도 음주의 원인도 아닌 데도 나빠진 김고금평 기자의 콜레스테롤 수치.
그렇게 단 한 번 살이 찐 적 없이 50kg 중후반대 몸무게를 30년간 유지했다.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에서는 키 179cm, 몸무게 52kg이 나왔는데 담당자가 3kg만 빼면 현역 대신 방위로 빠질 수 있다는 꿀팁을 알려줄 정도로 이런 비대칭적 몸무게를 신기해했다.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 수치가 높아지면 고지혈증에 걸리기 쉽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전적 요인으로 술을 못 마시는 것도 마른 체형 유지의 배경이었다. 그렇게 영원할 줄 알았던 마른 체형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몰아치던 2020년 중반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전과 생활 습관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전혀 상관없는 병들이 어느 날부터 건강 기록에 하나씩 차곡차곡 쌓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이상 징후는 혈관이었다. 콜레스테롤이 그 주인공. 혈압, 체중 정도만 건강의 기준 범위로만 여겼던 나에게 그런 혼란스러운 용어는 불안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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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총콜레스테롤 259, LDL 콜레스테롤 174. 이 수치들 옆에 기준 수치가 있었다. 쉽게 풀면 총콜레스테롤은 200, LDL은 100을 넘기면 위험하다. 그 전년에는 총콜레스테롤이 159, LDL이 88이었다. LDL은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특히 내장에 지방이 쌓이는 중성지방(TG) 수치는 72에서 135로 역시 두 배 정도 증가했다.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원인들. /사진=유튜브 캡처
분명 이 수치는 치킨 1마리에 맥주 3, 4잔을 주중에 적어도 두 번 이상 함께 마시며 휴일에 피자 한 판 시켜 콜라를 원샷으로 들이킨 짜릿한 목축임을 반추해낼 수 있어야 가능한 기록이다. 피자나 햄버거는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고, 튀긴 음식은 가장 싫어하는 먹거리 중 하나이며 술은 위에 언급한 대로 "(소준 기준) 2잔 이상 마시는 게 소원"일 정도였다. 건강에 나쁜 일 한 적이 없다고 자부했는데, 왜 이런 수치와 기록들이 나온 걸까.
증거도 없고 설득도 되지 않는 이 수치에 분노와 짜증이 치밀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까. 우선 왜 이런 수치가 일어났는지 다시 곰곰이 복기해야 했다. 이런 일은 '우연히' 발생한 재수 없는 형벌이 아니라 '반드시' 자신이 잘못한 무언가에 의해 탄생한 귀결일 테니까. 1년 전, 아니 지난 세월을 다시 돌이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