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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걸으면 5만원, 단 150만원 운동화 사야"…'M2E' 정체는?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2.04.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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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테픈'(Stepn) 애플리케이션(앱)·홈페이지 갈무리/사진='스테픈'(Stepn) 애플리케이션(앱)·홈페이지 갈무리




운동화 신고 걷기만 해도 돈이 나온다.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새로운 게임 트렌드가 된 'M2E'(Move to Earn) 세상에선 가능하다. M2E 서비스는 대체불가토큰(NFT) 운동화를 신은 이용자가 걷거나 달리면서 가상자산을 얻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놀면서 수익을 내는 이른바 'P2E'(Play to Earn) 트렌드에서 한층 진화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M2E 콘텐츠로 지난 1월부터 국내에도 서비스 중인 '스테픈'(Stepn)은 1분기 기준 매출액 2600만달러(약 320억원)를 기록하며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정보 공유 커뮤니티로 활용되는 스테픈 공식 한국 텔레그램 방 참여자는 22일 오후 12시 기준 8199명, 네이버 온라인 카페 회원 수는 1만706명이다. 다만 자산성이 공증되지 않은 NFT의 거품론이 지속되고 있고,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유저가 게임 내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막은 국내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50만원 NFT 운동화 신고 러닝…新 게임 트렌드 'M2E'
/사진=스테픈 앱 화면 캡처/사진=스테픈 앱 화면 캡처
M2E는 이용자가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움직임을 확인하고 운동량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서비스다. 게임 속 배틀에서 승리하거나 레벨을 높인 이용자 등을 대상으로 보상하는 P2E게임과 달리 '건강'이란 가치를 내세워 온라인 공간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호주의 핀테크 스튜디오 '파인드 사토시 랩'(Find Satoshi Lab)이 만든 스테픈은 자체 마켓에서 판매하는 NFT 운동화를 신고 GPS 신호가 잡히는 야외에서 운동하는 이용자에게 GST(Green Satoshi Token)·GMT(Green Metaverse token) 등 가상자산을 지급한다. GST의 경우 NFT 운동화 레벨 업 및 새 운동화 제작에 사용 가능하며, 솔라나(SOL)로 변환해 현금화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가상 운동화를 신은 채 걷거나 달리면 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스테픈 NFT 운동화는 22일 오후 2시 기준 최소 약 11.789 솔라나(약 152만원)~최대 1만솔라나(약 12억9000만원) 등 고가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서비스 이용 시 NFT 운동화를 필수로 구매해야 하는 만큼 가장 저렴한 운동화를 구매해도 150만원가량의 초기 비용이 든다. 운동화를 구매한 뒤 시작버튼을 누르고 활동을 시작하면 GPS 신호로 이용자가 걷거나 뛴 거리를 계산한다.

운동화별 효율성(Efficiency)·행운(Luck)·편안함(Comfort)·탄력성(Resilience) 등 특성은 제각각이다. 효율성이 높을수록 운동화를 신고 소비한 에너지당 더 많은 가상자산을 얻을 수 있고, 행운 특성은 이용자가 미스터리 박스를 통해 아이템을 받을 확률을 말한다. 편안함은 이용자가 받는 버프의 빈도를 결정하는 특성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며 탄력성은 운동화의 내구성을 의미한다. 신발을 많이 보유할수록 걷거나 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운동화는 커먼(Common)·언커먼(Uncommon)·레어(Rare)·에픽(Epic)·레전더리(Legendary) 등급으로 구분된다. 이용자 후기에 따르면 가장 기본 등급인 커먼 운동화 1켤레를 보유할 경우 하루 10분을 운동할 수 있고 약 9GST(약 5만2000원) 정도를 벌 수 있다.

독특한 서비스 운영 방식에 스테픈을 찾는 이용자들도 늘고 있다. 스테픈 공식 트위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일일 사용자 수(Daily Active Users·DAU)는 30만명을 돌파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불과 한 달 전 스테픈 공식 트위터 계정 팔로워 수는 약 5만명에 그쳤으나 22일 오후 1시 기준 29만명을 넘어섰다. 이용자 증가에 스테픈의 매출 성적표도 덩달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코인데스크는 스테픈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이 2600만달러(약 320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티 망하니 파인드 사토시 랩 최고사업책임자(Chief Business Officer·CBO)는 "스테픈 앱 다운로드 수가 100만회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M2E, 매력적이지만 "NFT 자산성 부족…게임법 저촉 우려도"
M2E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미 거품에 쌓인 NFT의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FT 자산성 자체가 아직 공증되지 않았고 구매욕구를 자극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스테픈 같은 M2E 서비스는 사람의 운동성을 보상해주고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모델"이라면서도 "NFT 시장이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 다시 불을 붙여보려 급하게 운을 띄우는 구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경우 전 세계적인 수요가 지속되는 이유는 '코인을 소유하고 시간이 흐르면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자산성 때문"이라며 "자산 가치가 보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NFT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금의 NFT 시장은 공증된 자산성이 없다는 점이 근본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국내 게임물관리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게임법은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게임 재화의 현금화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스테픈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스토어에는 '건강·피트니스 앱'으로 분류돼 있지만, 국내 게임물관리위원회에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스테픈 자체적으로 자사 서비스를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일 스테픈의 게임성이 인정될 경우 국내 서비스가 중지될 가능성도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지난 20일 관련 민원을 접수받고 관리위 차원에서 스테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스테픈 내에서 발생하는 수익구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서비스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사 측에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직접 게임으로 구분하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수가 국내에 약 100만건, 게임관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등급 분류를 하는 건 전체의 0.1% 정도"라며 "여러 게임 업체에 P2E 방식 등 국내 법 저촉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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