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반대로 'ESG위원회' 못꾸린 바이오니아…"내년 재도전"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2.04.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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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ESG 전문가과정 이수, ESG리포트 등 준비

바이오니아가 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무산에도 'ESG 경영' 체제 도입을 위한 준비를 이어간다. 기업 존망은 '지속가능성'에 달려있다는 박한오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ESG 경영은 이상기후, 코로나19(COVID-19) 등을 겪으면서 2020년부터 전 세계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탄소중립 선언, ESG위원회 신설 등 방식으로 ESG 경영이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바이오니아 홈페이지 내 sustainability /사진=바이오니아 홈페이지바이오니아 홈페이지 내 sustainability /사진=바이오니아 홈페이지


21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니아는 올해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당 내용이 담긴 '정관 변경' 안건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정관 변경은 발행주식 총수이 3분의1 이상, 출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의 3분의2 이상이 적용되는 특별결의 안건이다. 바이오니아는 박 대표를 비롯해 특수관계인 지분이 17.49%로 낮은 반면, 소액주주 지분은 77.5%로 높다. 특별결의 안건이 쉽게 통과되기 어려운 지분구조다.



바이오니아는 내년 ESG위원회 설치 재도전 등을 목표로 ESG 경영 준비를 보다 내실있게 준비하겠단 방침이다. 바이오니아 관계자는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부결되면서 계획에 다소 차질이 생겼지만 큰 틀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며 "이왕 연기된 것 보다 내실있게, 제대로 하자는 목표 하에 ESG 경영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니아는 올해 초 각 사업부서에서 1~2명씩 차출해 ESG 경영을 준비하는 전담 TF(태스크포스)를 꾸렸다. ESG 경영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작년 박 대표를 시작으로 경영진이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ESG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두 번째 타자는 황두현 IR 상무다. 또 바이오니아는 증설한 공장, 글로벌 센터에서 오염물질을 보다 엄격히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E) 여성 임직원 비율을 높이는(G) 등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ESG 리포트 발간을 위해 노력 중이다. 회사의 ESG 활동 성과와 방향성을 집대성하는 리포트다. 당초 ESG위원회 설치와 함께 올해 발간이 목표였으나 내년으로 잠정 연기됐다. 박 대표가 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지배구조·경영전략·위험관리·지표와 목표설정)을 최대한 반영하는 등 리포트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달라 주문했다는 전언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니아는 컨설팅 업체들과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SG 평가 대응도 준비 중이다.

이러한 바이오니아의 ESG 경영 추진은 박 대표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박 대표는 올해 초 '비전 2022'를 선포하면서 "올해 주요 과제로 지속가능경영(ESG) 체제를 도입해 견고한 펀더멘털 동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SG위원회는 기업의 ESG 경영 의지와 함께 진정성을 갖고 ESG 경영을 추진한다는 '상징성'을 보여주는 장치다. 이에 KB금융, GS,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ESG 경영을 선포한 국내 기업들도 탄소중립과 함께 가장 일반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으로 꼽힌다.

바이오니아가 ESG 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세계 흐름에 발맞춰야한단 판단에서다. 수년 전부터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ESG를 강조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은 재작년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에 "투자결정 시 환경 지속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을 정도다. 그는 이전에도 "ESG 이슈를 잘 관리하는 기업은 운영을 우수하게 하는 것", "갈수록 취약해지는 글로벌 경제상황에서 기업에 장기적인 성장전략이 중요하다" 등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바이오니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에서 ESG를 중요하게 보고있다"며 "ESG 없인 자본시장에서 생존하지 못하고 평가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ESG 경영이)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ESG 경영 안착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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