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고점? 리츠는 여전히 '저평가'…인플레 국면 '오히려 좋아'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김근희 기자 2022.04.21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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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위에 건물주, 그 위에 리츠주]④
배상영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글로벌부동산팀 책임연구원 인터뷰

배상영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연구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배상영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연구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최근 리츠(REITs)주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단기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직 자산 가치 대비 여전히 주가가 낮은 리츠주들이 있고 상승 여력이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은 유효합니다."

배상영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글로벌부동산팀 책임연구원은 20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식 시장 흐름이 성장주나 가치주에서 인컴형 자산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리츠는 여러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부동산 실물 자산에 투자한 뒤 임대료 등 개별 이익을 배당으로 나눠주는 간접투자상품으로 증시 불황기 피난처로 꼽힌다.



배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장이 주춤한 상황에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이 예고되면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매크로 환경이 리츠에 나쁘지 않은 상황인데다 서울의 경우 오피스, 물류 시장이 전반적으로 다 좋아서 리츠 수요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국내 상장 리츠는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상당 기간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2018년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의 등장으로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롯데리츠 등 대기업을 스폰서로 삼은 상품이 등장하면서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리츠는 일반적인 성장주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지만 꾸준히 우상향한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2000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S&P500 수익률과 미국 리츠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리츠 수익률이 소폭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부동산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타격이 있었음에도 누적 성과가 견조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리츠도 이미 고점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배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는 지적은 타당하나 자산을 편입한 지 시간이 좀 지난 리츠는 최근 들어 자산 재평가를 해보면 가격이 올라 있는 경우가 많다"며 "금리 상승 구간에 캡레이트(자본환원율)가 더 낮아지기는 어렵지만 그로스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리츠에 처음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라면 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리츠에 투자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배 연구원은 진단했다. ETF와 펀드의 경우 분산투자 효과가 있는데다 해외 리츠를 담은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서다.

그는 "개별 종목을 최소 단위로 사려고 해도 금액이 많이 들기 때문에 펀드나 ETF로 접근하면 좋다"며 "가령 해외 상장 ETF 중에는 주거 특화 ETF나 데이터센터·인프라 등 성장성 있는 리츠가 담겨 있는 ETF가 있어 섹터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일어나는 만큼 리츠 투자에서도 관련 섹터를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배 연구원은 "미국은 물류나 주거 시장이 워낙 강세여서 금리가 오르더라도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고 리오프닝 측면에서 일본 호텔 리츠도 좋다"며 "국내의 경우 전반적으로 자산을 추가 편입해 성장할 수 있는 리츠를 체크하거나 장기적 접근에서 대형 종목 위주로 살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배 연구원은 국내 상장리츠들이 성장하고 있어 투자 수요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8조원 수준인 국내 상장리츠 시가총액이 올해 연말쯤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 비하면 국내 상장리츠는 이제 성장을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상장리츠 시가총액은 약 2063조원, 일본과 싱가포르 상장리츠 시가총액은 각각 175조원과 100조원에 이른다.

그는 "리츠 신규 상장을 계획하는 곳들이 많고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위해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려는 수요도 강해 리츠시장이 많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 측면에서도 퇴직연금에서 리츠를 매수하는 길이 열리는 등 제도가 개선되고 있고 정기적인 인컴이 들어오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수요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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