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넣어 1000만원 받는다" 연 10% 배당에도...주가는 왜?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이사민 기자 2022.04.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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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화끈하게 태워라" K-주식이 달라진다④

"1억원 넣어 1000만원 받는다" 연 10% 배당에도...주가는 왜?


#지난 2월 효성티앤씨는 보통주 1주당 배당금 '5만원'의 폭탄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5000원 대비 10배 증가한 규모다. 효성티앤씨 주식 200주를 보유한 주주라면 배당금만 1000만원(세전)을 받았다.



폭탄 배당 소식에 주주들은 기쁨의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파격적인 배당 정책 후에도 주가는 40만원 초반대에 머물며 횡보했다. 현 주가(42만원대) 기준 내년에도 주당 5만원의 배당을 받는다면 배당수익률이 11.9%에 달하는 셈인데 배당만으론 주가를 흔들지 못했다.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파격 배당을 실시하는 K-주식이 늘며 '짠물배당' 일색이던 한국증시에 변화가 시작됐다. 배당이 늘고 있다는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배당 증액만으로 주주환원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2021년 12월 결산법인 중 시가배당률(주가 대비 배당률)이 7% 넘는 기업은 21곳으로 집계됐다.

'폭탄배당'을 발표한 이크레더블 (12,900원 ▼50 -0.39%)의 시가배당률은 13.5%에 달했다. 효성티앤씨 (310,500원 ▼7,500 -2.36%)(9.3%), 동양생명 (5,080원 ▼40 -0.78%)(9%), HD현대 (64,900원 ▼3,100 -4.56%)(8.99%) 등의 시가배당률이 최상위권이었다. 그밖에 증권계열 한국투자금융지주 우선주, NH투자증권 우선주와 LX인터내셔널 (26,050원 ▼600 -2.25%), 삼양옵틱스 (9,520원 ▼20 -0.21%), 금호석유화학 우선주, 리드코프도 8%대 배당을 결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전체 배당총액은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를 제외하면 지난해 26조2000억원으로 전년(20조원) 대비 30.5% 증가했다. 2021년도 기준 보통주와 우선주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2.32%, 2.65%로 5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만기 국고채(0.92%)와 정기예금 수익률(1.19%)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코스피 배당 기업은 556개사로 전년비 5.1% 늘었고 이 가운데 92%가 연속 배당을 실시하면서 주주환원 정책 강화 트렌드를 증명했다.
"1억원 넣어 1000만원 받는다" 연 10% 배당에도...주가는 왜?
하지만 전문가들은 배당 증액이 주주를 위한 '1순위 정책'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 폭탄 배당을 결의한 뒤 주가가 오히려 하락한 곳도 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기업이 주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책이 있다면 투자를 통해 지속 성장하고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이는 것"이라며 "주주들은 결국 성장을 통해 주가가 오르는 것을 가장 원한다"고 했다.

이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주가가 쌀 때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서 ROE를 높이는 정책"이라며 "자사주 소각 다음이 배당을 늘리는 조치"라고 했다.

고배당에도 주가가 부진하다면 잉여현금을 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에 쓰는 것이 주주에게 훨씬 이로운 정책이란 설명이다.

최광욱 J&J자산운용 대표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을 포함해 주주환원률이 높은 기업일수록 주가도 탄탄한 흐름이 이어진다"며 "올해처럼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면 배당을 많이 지급하거나 주가가 내렸을 때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기업이 방어력이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당이 주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려면 뚜렷한 장기 배당 정책을 발표해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올해 초 통신주처럼 지속가능한 배당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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