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찢었다" 주가 3배 폭등…이런 기업 찾는 3가지 방법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04.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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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화끈하게 태워라" K-주식이 달라진다①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올해 초 10개 기업에 15페이지가 넘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대부분 답변이 왔어요. CEO(최고경영자)나 최고재무책임자(CFO) 미팅이 이뤄졌습니다. 주주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방향으로 K-주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

대학생 때부터 25년간 K-주식에 투자한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45·사진)는 스타 펀드매니저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그는 "어떻게 하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의 만성적인 저평가 현상)'를 해소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올해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각오로 액션을 취했다. 3개월 넘게 준비한 장문의 주주제안 편지를 기업들에 일제히 발송했다.



김 대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을 타고 최근 3년 사이 기업이 주주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며 "우리의 목표는 대주주(오너)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든 주주에게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VIP자산운용이 지분을 보유한 메리츠금융지주를 비롯 신도리코, 풍산홀딩스, 아세아 등 많은 기업이 진정성 있는 주주제안 레터를 받았다. 일부 기업은 CEO부터 부사장, 전무, CFO 등 임원 전부가 VIP운용의 레터를 돌려봤다. "여전히 K-주식 대부분이 소액주주는 물론 펀드매니저의 제안을 완전히 무시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대주주가 열린 마음으로 주주의 목소리를 듣는 곳이 있었다"고 전했다.
"주주환원 찢었다" 주가 3배 폭등…이런 기업 찾는 3가지 방법
가치투자에 행동주의를 더한 김 대표가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주주환원 정책의 꽃'은 바로 자사주 소각이다. 그는 기업들에게 '자사주 소각 전도사'를 자처하며 그 효용성을 설파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주가가 오르는 것"이라며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최고의 주주환원 정책은 자사주 매입·소각"이라고 강조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EPS(주당순이익)이 올라가고 EPS가 오르면 주가가 오른다.

흔히 한국에서 주주환원 정책으로 각광받는 배당 증액보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수를 줄이고 EPS를 올리는 것이 최고의 '주주 보은'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주가가 쌀 때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면 EPS가 확 좋아지면서 주가 부양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대표적 사례가 메리츠금융지주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는 1,2,3차에 걸쳐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했다. 주주들조차 공시를 확인한 뒤 "주주환원 제대로 찢었다"고 외칠 정도였다.


시장은 환호했고 주가는 급등했다. 지난해 5월17일 1만6550원이던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1월14일 5만5900원으로 3배 이상(237.8%) 폭등했다.

"저평가된 기업이 자사주를 태우면 주가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미국에서 자사주 소각은 이미 애플을 필두로 주주환원 정책의 대명사죠. 반면 한국에선 아직도 생소한 정책입니다. 주로 대기업 오너들이 자사주 소각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
"주주환원 찢었다" 주가 3배 폭등…이런 기업 찾는 3가지 방법
김 대표가 두번째로 꼽는 최고의 주주환원 정책은 물적분할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 분할해 재상장한 것과 반대로 지주사가 자회사를 흡수합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실제 SK가 SK머티리얼즈를 흡수합병해 주주가치를 제고한 사례가 있다.

그는 "SK 오너 입장에서는 SK머티리얼즈가 자회사로 있는게 유리하지만 이를 지주사로 흡수합병한 것은 SK를 키우겠다는 의지"라며 "구글(알파벳)이 유튜브를 물적분할해 상장한다면 이득을 보겠지만 나스닥에는 오직 알파벳만 상장돼 있으며 이런 지주사는 PER 20~30배의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연초 지주사들에 주주제안을 보낼 때 주식교환이나 합병을 통해 상장사는 지주사 1개만 남겨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중복 상장은 결국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자회사가 줄줄이 상장된 한국 증시엔 PER 3배~4배까지 '만년 저평가' 지주사 주식이 수두룩하다.

특히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실적이 좋고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 심지어 이미 훌륭한 주주환원 정책을 펴고 있는 기업이 향후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잉여현금이 많아 자사주 소각·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펼 여지가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사진=김휘선 기자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그는 딥 밸류(Deep Value) 펀드매니저다. 초저평가된 굴뚝주를 좋아한다. 지난해 VIP자산운용은 순이익 661억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K-주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수익률로 돌아왔다. 김 대표가 직접 운용하는 VIP 딥밸류 사모펀드는 2020년 3월 설정이래 346.29%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1년 수익률만 132.47%에 달한다.

"한국의 상장사들은 '올바른 주주환원'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이사회는 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너의 눈치만 봅니다. 하지만 소액주주가 달라진 것처럼 세대를 거듭하며 대주주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소액주주 행동주의와 대주주의 변화가 맞물린 한국 자본주의의 '줄탁동시'는 이제 시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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