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근무에 이런 정제마진 처음"···설레는 정유사 '4인방'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2.04.20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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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S-OIL 나란히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 '기대'

"15년 근무에 이런 정제마진 처음"···설레는 정유사 '4인방'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서방 제재조치가 이어지면서 정제마진이 역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앞으로 엔데믹에 대비한 정유제품 수요까지 몰린다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정유사가 호실적을 누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반면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의 가능성,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가 인상에 대해서는 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맞선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주간 정제마진은 4월 셋째 주 기준 배럴당 18.2달러로 한 달 전인 3월 셋째 주(7.8달러) 대비 133.9% 높아졌다. 연초(5.9달러) 대비로는 3배 넘게 올랐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값이다. 정유사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바로미터로 업계에서는 통상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인식한다.

배럴당 20달러에 근접한 정제마진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정제마진을 급격히 끌어올린 것은 지정학적 이슈로 견조해진 공급 상황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천연가스 등 러시아산 에너지 전반에 대해 제재 가능성이 시사되면서 유가는 물론 정제마진이 함께 고공행진 중"이라며 "15년 넘게 업계 종사했지만 이런 정제마진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정학적 이슈가 일시에 그치지 않고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본 관측들이 정제마진을 더욱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상승 요인에 대해 "러시아산 가스 부족은 발전용 가스 부족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발전용 등-경유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며 "군용 디젤 수요도 늘었으며 유럽은 자동차, 공장, 농기계 등 가동을 위해 전세계 등경유를 구입 중"이라고 분석했다.


팬데믹(대유행)이 끝나가는 '엔데믹' 상황이란 점도 정제마진 상승을 부채질한다. 항공유에 대한 수요가 큰 폭으로 늘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사는 올해 1분기 호실적이 확실시되는 한편 상반기까지도 긍정적 실적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116,100원 ▼1,000 -0.85%)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실적 컨센서스(추정치)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9.4% 늘어난 16조5743억원, 영업이익은 109.6% 늘어난 1조532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불과 1개월 전만 하더라도 7000억원대였는데 이후 기대치는 높아지는 추세다.

S-OIL(S-Oil (60,300원 ▼900 -1.47%))은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1.8% 늘어난 9조7149억원, 영업이익은 89.4% 늘어난 1조1919억원에 달할 것이란 기대다. 예상대로 나온다면 이는 분기기준 S-OIL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이다. 특히 영업이익이 한 개 분기에 1조원을 넘겼던 적은 없다.

상장사는 아니지만 다른 정유사인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비상장 (32,300원 0.00%)도 호실적을 기록, 각각 모회사이면서 상장사인 GS와 HD현대 실적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다. GS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1% 늘어난 6조2151억원, 영업이익은 45.9% 늘어난 1조303억원이 기대된다.



HD현대는 같은 기간 매출액이 72.4% 늘어난 10조4752억원, 영업이익은 33.5% 늘어난 7130억원이 기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상하이를 봉쇄조치 중임에도 불구하고 정유제품 수급이 빠듯한 상황"이라며 "중국 봉쇄조치가 해제되고 현지에서 석유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 정제마진은 더 오를 수 있어 실적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최근의 유가 및 정제마진 상승이 기현상인만큼 빠른 속도로 하락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맞선다. 예를 들어 최근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기록중인데 급락세로 돌아설 경우 이는 정유사에 재고평가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향 원유 공식 판매가(OSP)를 5월부터 배럴당 기존 4.95달러에서 10달러까지 높이기로 한 결정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우디는 최근 아시아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급등하고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원유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이같은 '프리미엄'을 붙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높아진 OSP에 생산에 투입되는 고정비까지 감안하면 이제는 배럴당 13~14달러가 실질 손익분기가 될 수 있다"며 "현재 정제마진이 20달러가까이 올랐다고 해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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