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난리인데'…삼성 LG TV 가격은 왜 안 오를까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2.04.19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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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TV가 진열되어 있다./사진=뉴스1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TV가 진열되어 있다./사진=뉴스1


삼성전자 (73,500원 0.00%)LG전자 (104,800원 ▼1,500 -1.41%)가 원자재 대란 속에서도 올해 TV 신제품 출하 가격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여타 제조업종에서 완제품 가격 인상 소식이 잇따라 들리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수익성 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출하 가격을 올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신제품 TV 출하가를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삼성의 경우 주력 프리미엄 제품인 Neo(네오) QLED 모델 가격이 전반적으로 소폭 하락했다. 최고가 모델인 8K 85인치 제품이 지난해 1930만원에서 올해 1840만원으로 90만원 낮아졌고, 4K 85인치 제품 역시 기존 969만원에서 929만원으로 내려갔다.



LG전자도 올해 출시된 주요 인치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브랜드명 올레드) TV 가격이 대부분 지난해와 유사하다. 일부 모델이 10만원 가량 인상되기도 했으나, 인기가 많은 55인치 올레드 에보 제품은 지난해 대비 약 10% 가량 출하가가 내려갔다. 65·77·83인치 제품 가격은 전년과 같다.

양사의 TV 출하가 동결은 원자재 대란이라는 최근의 상황 속에서 눈에 띄는 사례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해 수익성을 일정부분 유지하는 것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지난달에만 특별한 성능개선 없이 자동차 가격을 두 번이나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통제가능한 수준"…수익성 보전 방법, 따로 있다
출하가 책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부적으로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을 통제할 만한 수준이라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거나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양사가 보고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등락에 따라서 출하가가 변하면 자칫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 "출하가는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되 마케팅·프로모션 규모 등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황은 늘 예측불가하고 시시각각 변한다"며 "출하가를 적정수준으로 고정하고 여타 비용을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효율적"이라 설명했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한창인 모습./사진=뉴스1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한창인 모습./사진=뉴스1

물류·생산·재고 등 관리 영역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도 주된 방법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이 부문에서 TV 업계 1·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를 테면 규모의 경제를 토대로 대량으로 원자재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방법으로 차액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 29.5%로 1위다. LG전자는 18.5%의 점유율로 삼성전자를 뒤따르고 있다.

업계 한 인사는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의 경우 시장 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삼성과 LG의 경우 2020년 말부터 이어진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며 SCM(공급망관리) 능력이 강화됐고 노하우도 상당부분 쌓였다"고 말했다.

할인 비중도 줄일까…판매가격 전망은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의 TV 구매가격은 어떨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예년보다 프로모션 비중을 낮출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와중에 할인 비중을 대폭 줄이긴 어려울 것이라 본다. 옴디아에 따르면 프리미엄 TV(2500달러 이상)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9년 52.7%에서 지난해 40.8%로 줄었다. 같은 기간 LG전자가 18%에서 23.6%로 점유율을 키우며 바짝 추격 중이다.

특히 올해는 전반적인 TV 시장 수요가 감소할 전망이라 허리띠를 보다 졸라매야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COVID-19) 엔데믹의 본격화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면서 TV시장 전반이 침체되는 분위기다. 이미 올해 들어 TV를 비롯한 PC, 노트북, 스마트폰 등 가전업계 전반에서 수요가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여럿 나왔다.

카타르월드컵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 통상적으로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미래의 수요를 당겨오는 효과를 불러오지만, 4분기라면 얘기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TV 시장에서는 4분기에 연 판매량의 40% 정도가 몰린다"면서 "월드컵이 본래는 2분기에 개최됐는데 이번에는 11월에 열리면서 수요의 하반기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 말했다.

시장 한 인사는 "아직 모든 신제품이 출시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판매가를 전망하긴 어렵다"면서도 "양사가 평년대비 판촉 규모를 크게 줄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사 프리미엄 모델이 시장에서 상위에 포지셔닝돼 있는 것을 감안해도 가격이 더욱 비싸지면 보급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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