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대신 '퀵커머스' 올인하는 유통가, 왜?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22.04.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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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CU 리뉴얼/사진제공=BGF리테일포켓CU 리뉴얼/사진제공=BGF리테일


롯데에 이어 BGF도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한 뒤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퀵커머스(근거리 즉시배송) 서비스를 확대한다. 물류센터와 자체 배송망 등 막대한 투자 대비 시장 확장이 쉽지 않은 새벽배송 시장 대신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퀵커머스로 눈을 돌리는 유통업체들이 늘고 있다.

18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멤버십 앱 '포켓CU'를 리뉴얼하며 '배달서비스'를 론칭했다. 기존에는 요기요, 네이버 등 외부채널을 통했던 배달·픽업 주문 기능을 담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차별화 상품을 구매해 배송받을 수 있는 '홈배송서비스'도 도입했다. 리뉴얼을 통해 회원 1300만명에 달하는 포켓CU는 단순멤버십 앱을 넘어 e커머스로 역할이 확장된다.



BGF리테일이 앱 리뉴얼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약 100억원이다. 향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포켓CU를 가맹점과 고객을 보다 긴밀하게 이어주는 'O4O(online for offline)' 사업의 구심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BGF는 앞서 계열사 헬로네이처를 통해 진행했던 새벽배송 서비스는 중단했다. 투자비 대비 효율이 떨어지고 경쟁이 치열한 새벽배송 시장 대신 핵심 사업인 편의점 사업을 중심으로 온라인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헬로네이처는 B2B(기업간거래) 사업으로 전환해 신선식품 소싱, 공급 등을 맡아 편의점 사업을 지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BGF 관계자는 "새벽배송 특성상 고비용 구조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최근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향후 시장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했다"며 "사업구조 재편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해 그룹차원의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온라인사업 부문인 롯데온도 이날부터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한다. 롯데온은 롯데마트, 롯데쇼핑 등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한 바로배송서비스에 집중한다. 롯데온은 롯데마트 2시간 바로배송, 롯데슈퍼 1시간 바로배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새벽배송 시장은 콜드체인 시스템이 갖춰진 물류 인프라와 배송 인력 등 초기 투자 소요가 많고 비용이 높은 서비스다. 현재 쿠팡프레시, 마켓컬리, 오아시스, SSG닷컴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수익을 내는 곳은 없다. 후발주자들의 경우 시장에 자리잡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할 수 있는 퀵커머스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GS리테일은 하반기 요기요 플랫폼과 배달 인프라 등을 활용한 퀵커머스 서비스 '우리동네GS'를 론칭할 계획이다. 이마트도 최근 강남 지역에 마이크로풀필먼트 센터(도심형 물류거점)를 마련하고 '쓱고우'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CJ올리브영도 수도권에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 6곳을 오픈해 퀵커머스 사업을 강화한다.


30분~2시간 내 즉시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의 경우 아직 이렇다 할 강자가 없는 초기시장이고 성장 가능성도 높다. 반면 편의점, SSM(기업형슈퍼마켓), 대형마트 등 기존에 운영하는 매장을 물류거점으로 활용하고 배송대행업체 등 외부 협력이 가능해 초기투자 부담이 적다. B마트(배달의민족), 쿠팡이츠마트(쿠팡) 등 플랫폼업체들이 이미 퀵커머스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승산 있는 경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퀵커머스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대형마트부터 편의점까지 기존 유통업체들이 연이어 뛰어들면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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