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러軍 공격받는 우크라 키이우…'러시아 지우기' 나선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2.04.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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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러, 모스크바호 침몰 후 공격 재개…
일상 회복하는 듯했지만 당국 "공습경보 무시말라"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마을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사이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사진=AFP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마을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사이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사진=AFP


러시아군의 철수로 잠시 평화가 찾아온 듯했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다시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시 당국은 도시를 떠난 피란민에게 귀향하지 말라고 당부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키이우는 러시아와 관련된 랜드마크 이름을 바꾸는 절차를 시작하면서 '러시아 지우기'에 나섰다.



러시아, '자존심' 침몰하자 재개된 공격…키이우 "귀향하지 말라"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다시 한번 모든 이에게 호소한다. 공습경보를 무시하지 말라"며 "키이우를 떠났던 시민들은 귀향을 자제하고 더 안전한 곳에 머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구 350만 도시 키이우는 러시아의 침공 뒤 절반가량의 시민이 떠난 상태다. 지난달 말 터키에서 진행된 5차 평화회담 이후 러시아가 북부 전선에서 철군하면서 도시 정상화 움직임이 나타났다. 피란민들은 키이우로 되돌아오고, 연극과 음악회 등 문화행사가 재개됐다. 지하철도 다시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슈퍼마켓, 카페 등 상점들이 영업을 재개했다. 유럽연합(EU) 대표부와 이탈리아 대사관은 업무를 시작할 채비에 나섰다.



키이우의 평화 분위기는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흑해함대 모스크바호 침몰로 깨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3일 흑해에서 작전 중이던 러시아의 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호를 겨냥해 넵튠 미사일 4발을 발사했으며, 이 가운데 2발이 명중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호는 결국 다음날 침몰했다. 모스크바호의 침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 해군이 입은 최대 손실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모스크바호를 격침했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주장을 부인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탄약이 폭발해 선체가 파손됐고, 이후 폭풍우를 만나 균형을 잃고 가라앉았다는 게 러시아 측 주장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모스크바호의 '사고'라면서도, 키이우에 즉각 공격을 재개했다. 특히 넵튠 미사일 생산 공장 등 키이우 외곽 군사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키이우를 겨냥한 러시아의 보복성 공격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습에 처음으로 장거리 전략 폭격기를 동원했으며 미사일과 탄약 생산 공장 등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장거리 전략 폭격기는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무기로, 주로 적진 깊숙이 침투해 주요 목표물을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러시아 흔적 없애는 키이우
러시아의 공습이 계속되자 키이우는 러시아와 연관된 랜드마크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전쟁 이전 양국 간 우호와 협력의 상징으로 붙여졌던 이름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더힐에 따르면 클리치코 시장은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낸 성명에서 '키이우·모스크바 친선 광장'을 '마리우폴 영웅 광장'으로 바꾸는 결정 초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집중포화를 받으면서도 결사항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기리는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다.

시 당국은 이 광장 외에도 지하철역, 거리 등에 남아있는 러시아 관련 이름을 변경할 계획이며, 다음달 9일까지 개명을 위한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후 시의회 회의에서 새 명칭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클라치코 시장은 "키이우 시의회는 여러 개의 도시 시설에 대한 명칭 변경안을 승인했다"며 "하원의원들은 이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 이름 변경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으며, 새로운 이름을 구상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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