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쓰레기 줍는 유럽행-일회용품 없는 호캉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2.04.1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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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친환경' 트렌드 붐에 여행·호텔업계도 '필(必)환경' 마케팅 강화

스위스 e바이크 코스. /사진제공=인터파크투어스위스 e바이크 코스. /사진제공=인터파크투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후변화가 낳는 폐해를 막기 위해 제정된 '지구의 날'을 앞두고 여행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을 위해 특급호텔과 여행사들이 '필(必)환경'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30 MZ세대 사이에서 환경보호 의식이 높아지고 있어 관련 상품 확대를 통해 '쿨한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투어는 지난달 여러 해외여행 기획상품을 출시하면서 여행을 통한 환경보호를 테마로 한 유럽 투어 상품을 선보였다. 코로나19(COVID-19) 입국자 격리 면제 발표가 시행되자마자 내놓은 상품으로 다소 모험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코로나 이전 인기가 높았던 서유럽 중심의 향수를 자극하는 가성비 패키지가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과 맞지 않아서다.



이 상품은 '전기차 타고 유럽가자'와 '친환경 유럽편'이다. '전기차 타고 유럽가자'는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등 북유럽 지역을 전기차 렌트카로 셀프 드라이브하며 다니는 상품으로 자체 충전소가 있는 숙소에서 묵는 게 특징이다. '친환경 유럽편'은 자전거나 기차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여행하고,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하며 스위스 등 천혜의 유럽 자연을 구경하는 코스다.

인기 관광지가 아닌 생소한 지역을 소규모로 가야하는 점에서 비용이 비싸고, 차량 충전이나 대중교통 이용 등 적지 않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여행 재개 시점의 주력 상품이 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해 여행산업이 재편되는 시점에서 인터파크투어는 새로운 '여행 큰 손'으로 떠오른 2030 세대를 잡을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이 필요하단 판단에 따라 친환경 여행 테마를 내놨단 설명이다.



그만큼 친환경이란 개념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정'이나 '상식'처럼 중요한 삶의 양식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단 얘기다. 특히 생활 필수요소인 여행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하거나, 최소한 환경보호 가치를 이해하는 기업의 상품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당장 매출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환경보호에 관심 많은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잇따라 친환경 여행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여가 플랫폼 여기어때가 최근 20~30대 고객 700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78.8%)이 친환경 여행상품일수록 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친환경 여행을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친환경 상품을 사겠다고 답한 이들도 각각 55.8%, 45.3%에 달했다. 친환경을 위해 기존 가격보다 12%가 높아져도 지불이 가능하다는 소비 행태가 돋보였다.

김용경 여기어때 브랜드실장은 "2030세대는 친환경 여행에 대해 '불편한 여행' 보다 '트렌디한 여행'을 떠올린다"며 "최근 새롭게 떠오른 플로깅의 경우처럼 앞으로도 친환경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텔신라와 현대자동차가 협업한 제주신라호텔 전기차 서비스. 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지자 지난해 차량을 아이오닉5로 변경해 서비스를 리뉴얼했다. /사진제공=호텔신라호텔신라와 현대자동차가 협업한 제주신라호텔 전기차 서비스. 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지자 지난해 차량을 아이오닉5로 변경해 서비스를 리뉴얼했다. /사진제공=호텔신라
럭셔리 소비를 대표하는 특급호텔 시장에서도 친환경은 중요한 화두다.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어메니티(객실비품) 퇴출에서 시작한 '에코 프렌들리' 바람이 호텔가에 불어닥친 지 오래다. 시작은 정부의 일회용품 줄이기 정책 규제로 울며 겨자먹기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상품·서비스를 확대하며 재미를 보는 호텔이 적지 않다.


토종 럭셔리 리조트 아난티 (5,990원 ▲50 +0.84%)의 경우 다회용 용기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고려해 고체 타입의 샴푸 '캐비네 드 쁘아쏭'을 개발했는데, 투숙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여행키트 인기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 신라호텔은 투숙객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호평을 받자 매년 서비스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지난달 그린카와 함께 투숙객에게 물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세차 서비스인 '카 클린 서비스'를 객실과 엮은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특급호텔에 있어 일회용 어메니티 퇴출 같은 친환경 서비스가 리스크였지만, 최근 들어 이런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투숙객부터가 친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새로운 고객창출과 호텔 이미지 제고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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