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9일 4260억원 규모의 송도국제도시 첨단산업클러스터 부지 취득을 의결했다. 1~3공장에 이어 4공장이 들어서면서 포화된 송도 내 제1바이오캠퍼스를 잇는 제2바이오캠퍼스를 위한 부지다. 해당 부지에는 6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내년 전체 가동을 목표 중인 4공장 합류만으로도 전세계 CMO 생산량의 30%의 가량(연산 62만리터)을 차지하게 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부지 매입으로 경쟁사와의 생산력 격차를 한층 벌릴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내 mRNA와 세포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5공장의 연내 착공 계획을 밝힌 바 있다. 6공장은 항체의약품 대량 생산시설로 조성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공통된 목표는 신약 개발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 할 생산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의약품이 단순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 등으로 세대를 나아갈 수록 시설의 규모뿐만 아니라 높은 기술력도 요구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 개발을 주력으로 하지 않음에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에 있다. 특히 전세계가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의약품과 백신 수급이 화두로 떠오르며 생산력 역시 업계 주요 경쟁력임이 새삼 부각됐다.
생산시설 신규 투자나 기존 시설의 확장은 기업가치 평가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증설 자체가 기존 생산력 이상의 물량이 요구되거나, 신제품 생산이 가능함을 의미하는 만큼 회사 경쟁력을 대변하는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선제적 투자의 경우 역시 회사의 탄탄한 자금력과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다.
가장 최근 공장신설 투자 계획을 발표한 티앤알바이오팹이 대표적 사례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지난 5일 경기도 시흥시에 공장신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습윤밴드 형태로 잘 알려진 창상피복재를 중심으로 복합지혈제, 유착방지제 등의 신제품은 물론, 기존 제품의 생산력을 키울 수 있는 신규 공장 소식에 발표 당일 회사 주가는 10% 이상 급등했다.
이연제약의 경우 당초 올해 3월로 점쳐졌던 충주 케미칼 공장 준공이 지난해 11월로 앞당겨지면서, 해당 소식이 알려진 9월 주가가 단기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전자치료제 상용화와 완제의약품 생산능력 확대의 핵심기지 역할을 수행할 시설의 가동시기가 빨라짐에 따른 기대감 반영으로 풀이된다. 총 2900억원이 투입된 이연제약 충주공장은 지난해 6월과 11월 바이오공장과 케미칼공장이 연달아 완공된 뒤 지난 14일 통합 준공식을 연 상태다. 앞서 증설을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스디바이오센서 역시 높은 시가총액 규모와 최근 주춤한 업종(진단키트) 분위기에 큰 폭의 주가상승은 없었지만, 향후 기업가치 평가 상향 기반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경쟁력이 단순히 생산라인 증설이나 물량 증가만을 뜻하는 것은 옛말"이라며 "최근 생산시설 증설이 호재로 작용한 기업들의 경우만 봐도 생산 가능한 품목의 고도화나 효율성 제고 등이 동반되거나 차세대 치료제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 된 사례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