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외인 친형, 7개월 만에 '12억→178억' 도장 쾅... 속사정은?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2.04.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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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크론./AFPBBNews=뉴스1C.J.크론./AFPBBNews=뉴스1


SSG 랜더스의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29)에게는 C.J.크론(32·콜로라도 로키스)이란 3살 터울의 친형이 있다.

지난해 형 크론은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2021시즌 142경기 타율 0.281, 28홈런 92타점, OPS 0.905으로 반등에 성공했고 대박 계약도 가능했다. 하지만 시즌 종료 전인 10월에 일찌감치 콜로라도와 2년 1450만 달러(약 178억원)의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통산 146홈런,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는 거포에게는 다소 저렴해보이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대박 계약을 포기하고 콜로라도와 바로 도장을 쾅 찍은 이유, 그 속사정이 최근 밝혀졌다.

형 크론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지역 매체 덴버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전까지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았다.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콜로라도만이 내게 1루수로 뛰어달라고 분명히 말했다. 생애 처음으로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라고 지난해 이맘때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5년간 5개 팀에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2년간 이곳(콜로라도)에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은 난 첫날부터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형 크론은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7번으로 LA 에인절스에 지명될 만큼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 뒤 에인절스는 앨버트 푸홀스(42·세인트루이스)에게 10년 2억 5000만 달러(약 3074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안겨줬고 그때부터 형 크론의 인생은 꼬였다. 매년 푸홀스와 1루를 공유한 탓에 2017년 에인절스를 떠날 때까지 한 해 120경기 이상 나서질 못했고 곧 저니맨 생활이 시작됐다.



주전 자리를 보장받은 형 크론은 어딜 가든 제몫을 했다. 탬파베이(2018년)에선 30홈런, 미네소타(2019년)에선 25홈런을 기록했고 왼쪽 무릎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한 디트로이트(2020년)에서만 4홈런에 그쳤다. 콜로라도로 오기 전까지 통산 타율 0.257, 118홈런 373타점, OPS 0.776로 준수했지만, 어디 하나 2년 이상의 계약을 제시하는 곳이 없었다. 무릎 부상까지 당하자 메이저리그 계약 제의도 뚝 끊겼다.

이때 손을 내민 곳이 콜로라도였다. 콜로라도는 100만 달러(약 12억원) 규모의 스플릿 계약을 제의했고 형 크론은 어렵지 않게 메이저리그 로스터 한 자리를 따냈다. 도박은 대성공이었다. 형 크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8경기 타율 0.333, 5홈런 10타점, OPS 1.232를 기록하면서 콜로라도의 초반 메이저리그 깜짝 선두 열풍을 이끌고 있다.

17일 홈구장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도 '형 크론'은 4번 타자 겸 1루수로 나서 4타수 2안타(2홈런) 3타점으로 콜로라도의 9-6 승리를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몇 시간 뒤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는 5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전한 '동생 크론'이 이재익(삼성)의 초구를 받아쳐 중월 투런포를 때려내 '크론 데이'를 만들었다. 5회 터진 결승타를 포함해 5타수 3안타(1홈런) 4타점으로 동생 크론 역시 SSG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그동안 크론 형제는 치면 넘어가는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본인들에게 맞는 팀을 찾지 못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을 필요로 하고, 타자 친화 구장을 홈으로 가진 팀을 만났다. 형제가 만들 '크론 데이'가 자주 나온다면 콜로라도와 SSG 두 팀의 고공행진도 계속될 전망이다.

케빈 크론./사진=SSG 랜더스케빈 크론./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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