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수급 꼬였을 뿐..소화돕는 '케이캡' 회복되는 컨디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2.04.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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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HK이노엔, 위궤양 치료제 케이캡 '국내외 시장에서 히트'쳐도···대량매물 탓에 공모가 하회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단기수급 꼬였을 뿐..소화돕는 '케이캡' 회복되는 컨디션'


투자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주식을 사고 기다리기만 하는 롱 온리 전략도 좋지만 최근처럼 시장 전반이 약세로 전환하면 오히려 손실이 커지기 쉽다. 최근 같은 상황에선 방망이를 짧게 쥐고 단기매매 비중을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한 방이 있는 홈런타자보다 단타선수의 타율이 높은 게 하락장의 특징이다. 한편으론 박스권 매매도 생각해볼 법 하다. 장기전망은 좋지만 수급이 꼬여있어 일정 구간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종목이 생각보다 많다. HK이노엔 (38,000원 0.00%)이 이런 종목 중 하나다.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에서 출발한 전문의약품 업체
HK이노엔은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에서 출발한 ETC(전문의약품) 전문 제약사다. 1984년 CJ제일제당이 유풍제약을 인수해 제약사업을 시작했으며, 이후 한일약품 등 인수합병이 더해지며 외형이 확장됐다. 2014년 CJ제일제당은 제약사업부를 물적분할해 CJ헬스케어로 만들었고 2018년 4월 한국콜마에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매각했다. 한국콜마 계열로 편입되며 HK이노엔으로 사명을 바꿨고 2021년 8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애주가들에게 친숙한 컨디션, 헛개수로도 이름이 높다.

2021년 연결 매출액은 7698억원이고 매출비중은 전문의약품 91.5%, HB&B(건기식, 화장품, 기능성음료 등) 8.5%이다. 전문의약품에서는 수액제 매출이 연간 926억원, 순환기가 1194억원이다. 2021년부터 미국 MSD의 백신(가다실, 자궁경부암백신), 슈가논(당뇨병제, 동아에스티) 등의 상품 유통계약을 맺고 연간 1924억원의 매출이 신규로 발생했다.



HK이노엔은 단순한 제약사가 아니다. 신약개발에 성공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HK이노엔이 2018년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소화성 위궤양 치료제 케이캡은 국내 30호 신약으로 이름이 높다. 케이캡은 종근당과 코프로모션을 통해 국내에 판매됐다. 2세대 약물의 느린 약효발현시간 및 부작용을 개선시켜국내 점유율 1위로 매출을 끌어올렸다. 케이캡은 발매 3년만에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케이캡은 2015년부터 중국, 미국, 중남미 출시를 위한 글로벌 공급 및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는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출시가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료 및 수출인식이 가능해졌다. 케이캡은 기존의 견조한 성장에 상반기 구강붕해정 제형 출시, 위궤양에 대한 신규 보험급여 적용 등이 예상된다.

주목할 것은 해외시장이다. 케이캡은 최근 미란성 식도염을 적응증으로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소화기 분야 전문 제약사인 현지 파트너사 뤄신은 상반기 중 '타이신짠'이란 이름으로 케이캡을 발매할 예정이다.마일스톤 및 로열티 수령이 가시화됐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케이캡의 기술 및 완제품 수출 계약을 맺은 나라는 총 27개국인데 HK이노엔은 케이캡을 중국에 1100억원, 미국에 6400억 원 규모로 각각 기술수출했다. 중국 출시가 가시화되면서 HK이노엔은 단계별 기술료에 더해 매출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는 임상 1상 시험을 마치고 후속 임상을 준비 중이다.

HK이노엔의 위궤양 치료제 케이캡, 국내외 시장에서 홈런예감
주변 여건도 좋다. 그간 위궤양 치료제 시장은 PPI(위산분비억제제)가 주도해왔는데 최근에는 케이캡과 같은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차단제) 계열약물이 부상하는 중이다. 2014년 출시된 일본 다케다의 P-CAB 계열 소화성궤양치료제인 다케캡(Takecab)은 지난해 4분기 일본 의약품 매출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올해 미국시장 공략을 추진중이다. 이는 P-CAB 계열약물의 관심을 올리는 만큼 케이캡도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되리라는 분석이다. 케이캡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출시된 P-CAB 계열의 위궤양 치료제다.

케이캡의 가장 큰 장점은 발현 시간이다. 경쟁사 제품의 경우 약효 발현 시간이 2.5~4시간에 달하지만 케이캡은 복용 후 30분 이내에 약효가 발현되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간수치, 가스트린 수치증가 같은 부작용이 작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이나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 국내 처방실적 데이터에 따르면 케이캡은 2019년 3월 출시 이후거의 매월 처방실적이 우상향하고 있다"며 ". 최근에는 월별 100억원 내외의 처방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소화궤양용제 내 점유율 역시 최근에는 12%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상승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PPI 계열약품 대비 빠른 약효 발현시간, 상대적으로 긴 체내 반감기, 그리고 식사시간과 무관한 복용으로 인한 편의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규모는 6000억원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21조원이며, 이 가운데 약 5% 수준인 1조1000억원(글로벌 17개국)을 P-CAB 이 차지하고 있는데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일본 P-CAB 시장은 기존 의약품과의 병용 및 교체 수요로 빠르게 성장한 상황이다. 전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의 1/3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HK이노엔은 앞으로 유럽을 포함해 2028년까지 100개 국에 케이캡을 수출하고, 2030년 연 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오는 5월 케이캡 구강붕해정의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주사제, 저함량 제제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적응증도 확대할 예정이다.

숙취해소제 컨디션, 헛개수 매출회복 예상. 수액생산도 증가
HK이노엔의 ETC사업은 케이캡을 포함해 순환기, 당뇨, 항암제, 소화 등 다양한 질환의 합성의약품과 수액제, 그리고 백신으로 구성된다. 연간 매출 1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13개(2020년 기준 제품 9개, 상품 4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1년 MSD로부터 도입한 가디실9(자궁경부암백신), 조스타박스(대상포진백신), 로타탭(로타바이러스) 포함 백신 7종에 대해 국내 공동 프로모션 및 유통을 시작해 2021년 192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케이캡의 처방액은 2020년에 이어 44% 성장하면서 1096억원을 달성하면서 국내 소화기궤양 시장 점유율이 11%로 올랐다.

수액제 매출은 ETC 사업의 약 17% 수준이나 기존 충북 대소공장의 5000만 백(BAG) 규모(매출 약 800억원)에서 추가로 오송 5500만 백 신공장 증설로 국내 최대규모인 연간 약 1억1000만 백을 생산할 수있는 제조시설을 갖추게 됐다. 특히 기초 수액제의 경우 중외제약 다음으로 높은 국내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고,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돼 높은 외형성장이 더욱 안정적으로 가게 됐다는 평가다.

HB&B 사업부에서는 숙취해소제 컨디션 매출 축소로 인해 일시적으로 실적 부진을 기록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만간 해제되면 점진적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컨디션은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으로 코로나19(COVID-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 매분기 1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컨디션 매출액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혔다. 연도별 매출액을 보면 2019년 501억원→2020년 478억원→2021년 390억원 등으로 지난해 실적이 특히 좋지 못했다. 이나경 연구원은 "본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영업시간

, 인원제한 해제 등이 이뤄지면 컨디션 매출 회복이 생길 것"이라며 "컨디션 스틱 출시, 활발한 광고 및 마케팅 전략 역시 매출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업마진 20% 이상의 캐시카우 사업부문의 매출 증가로 HB&B 사업부 이익률 역시 개선된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HK이노엔이 올해 컨디션 부문에서 매출액 48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오랜기간이 걸리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신성장 동력으로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을 볼 필요가 있다. HK이노엔은 소화, 자가면역, 감염, 항암 영역에서 합성신약, 항체, 세포치료제 등 16개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IN-A010은 비알콜성 지방간염치료제로 유럽에서 임상 1상을 마쳤고 비알콜성지방간염과 녹내장 치료제로 유럽 임상2상 IND를 승인 받았다. INA002는 JAK1 저해제로 국내 1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아토피치료제, 글로벌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로 임상 2상 진입 예정이다. HK이노엔에서 주력하는 혁신 플랫폼 기술은 CAR-T/NK 치료제 기술이다.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함과 동시에 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 자체 GMP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는 부분이 특징적이라는 평가다.

기관투자자 대량매물 탓에··· 공식된 '공모가 > 목표주가'
이처럼 전망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HK이노엔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전 투자했던 자금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유입된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회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의 최대주주는 한국콜마로 특수관계인 포함 42.18%(2021년말)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관투자자들. 일단 △H&Q코리아(메디카홀딩스) 6.44% △미래에셋PE(오딘제10차) 5.89% △스틱인베스트먼트(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헬스케어) 3.7% 등이 있는데 2018년 한국콜마가 CJ제일제당으로부터 CJ헬스케어를 인수할 당시 합계 3500억원(주당 3만2000원)을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이다.

이들이 보유한 물량은 HK이노엔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로 처분되고 남은 것들인데도 물량이 많다. 3곳의 FI는 IPO 이전 합계 47.3%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IPO 당시 구주 매출로 보유 지분의 40%(지분 6.4%, 198만450주)를 매각하고 1차 보호예수 기간 종료와 함께 다시 약 18%를 매각했다. 남은 물량은 2월9일에 보호예수가 해제됐다. 시장에 나올 대량매물(오버행)이 워낙 많다보니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수급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HK이노엔은 올해 1월 말 장중 3만8250원까지 하락한 후 반등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도 주가가 4만1550원으로 공모가(5만9000원)보다 30% 가량 낮은 상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HK이노엔의 전망을 좋게 보고 있으나 당분간 주가는 공모가를 쉽게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만 목표가 6만2000원을 제시했고 나머지 증권사는 5만~5만7000원으로 공모가 이하를 제시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낙폭이 커지면 저점매수에 나섰다가 공모가에 근접하면 차익을 실현하는 박스권 플레이가 낫다는 뜻이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HK이노엔의 목표주가를 5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 2월 유통주식수의 16%가 보호예수 해제됐으나 공모가를 밑도는 현재 주가수준에서는 투자위험이 없다고 판단돼 매수의견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애널리스트들도 FI들이 공모가 이하에서는 주식을 팔지 않겠지만 오버행 이슈가 풀리기 전까진 주가가 급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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