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격침? 화재?"…러 자존심 '모스크바호' 허무한 침몰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2.04.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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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넵튠 미사일로 격침" 주장 vs 러시아 "원인모를 화재 발생, 탄약 폭발"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호. 배수량 1만2500t, 길이 186m, 폭 21m의 크기에 승조원 500명이 탑승할 수 있다. 어뢰와 근접 미사일 방어체제 뿐 아니라 대함-대공 미사일을 갖춘 러시아의 대표 군함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호가 14일(현지시간) '치명적 손상'을 입고 흑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고 밝혔다. /사진=AFP러시아 해군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호. 배수량 1만2500t, 길이 186m, 폭 21m의 크기에 승조원 500명이 탑승할 수 있다. 어뢰와 근접 미사일 방어체제 뿐 아니라 대함-대공 미사일을 갖춘 러시아의 대표 군함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호가 14일(현지시간) '치명적 손상'을 입고 흑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고 밝혔다. /사진=AFP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호(the Moskva)의 침몰 원인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러시아는 탄약 폭발에 따른 화재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미사일 공격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CNN·NYT "러시아군 무능 상징적으로 드러내"
CNN, 뉴욕타임스(NYT) 등은 모스크바호 침몰이 러시아군의 무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재든 미사일 격침이든 러시아 해군을 대표하는 최강 군함 모스크바호가 허무하게 침몰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자국군의 넵튠 지대함 미사일 두 발이 흑해에서 작전 중이던 미사일 순양함 모스바호를 격침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탄약이 폭발해 선체가 크게 파손됐다"며 우크라이나의 격침 주장을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항구 예인 중 악천후와 선체에 입은 '치명적 손상'으로 흑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면서 원인은 우크라이나와 달랐지만 침몰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는 러시아의 '화재' 주장보다는 우크라이나의 '격침' 발표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양측 주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측이 넵튠 미사일이나 그보다 더한 것으로 모스크바호를 격침했다는 주장이 그럴 듯하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만일 격침이 사실이라면 3중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갖추고 중무장한 순양함이 첫 실전 배치 미사일에 당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굴욕'이 된다. 소련제 KH-35 미사일을 기반으로 우크라이나군이 개발한 넵튠 미사일은 지난해 처음으로 투입됐다.

NYT도 격침 주장에 신빙성이 실린다며 "러시아군의 무능과 부주의가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침몰의 원인이 화재였어도 문제라고 NYT는 지적했다. 막대한 폭발물을 적재한 만큼 화재 발생 가능성과 위험성이 높은데 충분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는 곧 군 기강과도 문제가 있으며 러시아군 내 사기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알레시오 파탈라노 킹스칼리지런던대 교수는 CNN에 "이는 미 해군이 항공모함을 잃은 것과 비견될 정도"라고 모스크바호 침몰에 의미를 부여했다.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호가 지난 2013년 8월 13일 세바스토폴 만에 들어오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4일 (현지시간) 모스크바호가 탄약 폭발 후 예인 중에 태풍 속에서 침몰했다고 밝혔다.  (C) AFP=뉴스1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호가 지난 2013년 8월 13일 세바스토폴 만에 들어오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4일 (현지시간) 모스크바호가 탄약 폭발 후 예인 중에 태풍 속에서 침몰했다고 밝혔다. (C) AFP=뉴스1
"러 해군 자존심의 침몰, 방공망 지휘 함선 사라져"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군의 전쟁능력 약화는 물론 러시아 해군 자존심의 침몰"이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스크바호는 흑해선단의 나머지 함대를 제어하고 장거리 방공망 시스템을 운용했다.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전력이라는 설명이다.

영국의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USI)의 해양전력 연구원인 시다스 카우샬은 "모스크바호에는 러시아 해군이 보유한 함선 중 유일하게 장거리 대공망이 갖춰져 있다"라며 "흑해선단의 후방에서 방공망을 가동해서 지휘·통제를 했던 함선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호는 어뢰와 근접 미사일 방어체제뿐 아니라 대함-대공 미사일을 갖추고 있다. 1983년 구소련 해군에서 취역한 뒤 2000년 '모스크바함'으로 개명하며 러시아 흑해 함대의 자부심으로 불려왔다. 배수량 1만2500t, 길이 186m, 폭 21m의 크기에 승조원 500명이 탑승할 수 있다.

미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는 지난 1월 모스크바호와 관련해 한척에 실린 대함미사일 무장만으로 우크라이나 전체 해군 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모스크바호는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본토 남단 근처 즈미니섬 공격에 가담했었다. 당시 즈미니섬을 지키던 우크라이나 병사가 "투항하라"는 이 배의 경고에 욕설을 날리기도 했다. 결국 모스크바호는 포격을 가했고 전사한 줄로 알려졌던 이 병사는 포로로 끌려갔다가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러시아군과 1차 포로 교환 때 고국으로 와 '영웅' 칭호와 함께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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