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부회장의 끊임없는 혁신, '프리미엄 카드'의 판을 바꾸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2.04.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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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사진제공=현대카드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사진제공=현대카드


"현대카드가 먼저 시작하면…VVIP카드"

카드업에 진출한 지 4년이 채 되지 않았던 현대카드가 2005년 국내 최초로 VVIP 전용카드 '더 블랙'(the black)을 선보였을 때 '시장성이 없는 상품'이라며 평가절하한 경쟁 카드사들의 예상이 빗나갔다고 대답하듯, 정태용 현대카드 부회장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남긴 말이다.

이 카드는 연회비 100만원, 최대 발급 매수는 9999장으로 제한되는 등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가입 조건으로 눈길을 끌었다. 파격적인 프리미엄 혜택과 카드사가 카드발급 기준에 부합하는 고객을 선별해 초대하는 가입방식으로 대한민국 상위 0.05%를 겨냥한 '프리미엄 카드' 시장의 개막을 알렸다.



더 블랙이 성공을 거두자 다른 카드사에서도 잇따라 '미투' 상품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더 블랙은 단순한 혜택을 넘어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 CEO(최고경영자)와의 조찬 모임이나 세계 최정상급 피아니스트의 프라이빗 공연과 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회원들에 제공하며 더 블랙만의 위치를 공고히 다졌다. 그 결과, 국내 대다수 VVIP들이 카드 회원이 됐고, 경쟁사들은 남아 있는 소수의 VVIP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정 부회장은 더 블랙 카드에 대해 "엄격한 기준으로 회원 숫자가 1000명을 넘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자산과 소득도 보지만 그보다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인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특정분야의 전문가나 예술인 회원의 비중도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영화배우 이정재와 방탄소년단(BTS)의 '진'이 더 블랙을 사용하는 것이 알려지며 이 카드가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정재는 정 부회장이 "20년 친분이고 항상 차원이 다른 상상력으로 영감을 주는 귀한 지인"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두 사람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 부회장은 2018년 프리미엄 카드 시장의 판을 또 한번 뒤집었다. 10여년 만에 새로운 컬러의 프리미엄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통상 럭셔리 컬러로 잘 활용하지 않는 녹색을 선택하고 정밀한 고객 분석을 통해 찾아낸 'MZ 프리미엄 고객군'을 타깃으로 한 '더 그린'(the Green)은 기존 프리미엄 카드의 통념을 깨뜨렸다. '프리미엄 카드 고객들은 가성비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지배하던 시기라 카드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더 그린은 순수하게 온라인 모집만으로 상품 공개 1년만에 발급 5만장을 돌파하고, 누적 발급량이 약 10만 장에 이르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정 부회장의 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가심비와 가성비를 함께 추구하는 'MZ 프리미엄 고객'의 특성을 파고드는 프리미엄 쇼핑 혜택과 화려한 핑크 컬러를 새롭게 선보인 것.

'더 핑크'(the Pink)는 프리미엄 쇼핑의 대표 가맹점인 백화점과 프리미엄아울렛에서 파격적인 5% M포인트 적립 혜택으로 MZ세대 고객들의 마음을 저격했다. 또 3대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과 전국 160여곳의 프리미엄 레스토랑에서도 5% 적립 혜택을 제공했다. 적립한 M포인트는 더 핑크 바우처로 교환해 백화점과 면세점, 특급호텔, 해외직구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 부회장은 프리미엄 카드를 넘어 '취향 공동체'라는 새로운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프리미엄 서비스도 내놓아 프리미엄 전략의 판을 주도했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시대가 변화하면서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특정 취향을 선도하는 사람들과 이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유사한 성격을 지닌 집단을 형성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특히 MZ세대에서는 이 같은 성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현대카드는 이 같은 사회 변화를 반영한 프리미엄 서비스인 'TRIBE' 서비스를 새롭게 런칭했다. 영어로 '종족'이나 '부족'을 뜻하는 서비스명처럼 TRIBE 서비스는 기존 나이나 성별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기준이 아닌 각 프리미엄 카드 회원들이 지닌 특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맞춤형 특화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카드는 각 프리미엄 상품 고객들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회원들의 취향을 파악했으며, 이를 고메와 호텔, 문화영역 등의 혜택에 담았다.



이처럼 정 부회장은 카드업계 통념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쟁사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동력삼아 기존 상품들과 다른 타깃과 콘셉트의 프리미엄 카드들을 개발했다. 이에 대한 경쟁사들의 미투 상품이 자리잡으면 새로운 방식으로 또 다시 판을 뒤집었다.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전략은 또 한번 진화해 회원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강점인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을 활용해 나갈 것"이라며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젊은 프리미엄 고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그에 대한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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