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일정에 토트넘전까지, K리그엔 너무도 가혹한 '7월'

스타뉴스 김명석 기자 2022.04.1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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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7월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걸린 K리그(왼쪽)와 유벤투스 엠블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지난 2019년 7월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걸린 K리그(왼쪽)와 유벤투스 엠블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선수들로 꾸려지는 '팀 K리그'와 손흥민(30)의 소속팀 토트팀 간 친선경기 일정이 확정됐다. 오는 7월 13일 수요일, 무대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이번 시즌 K리그 가장 많은 경기가 몰린 데다,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일정 등 그렇지 않아도 혹독한 7월 일정 한가운데에 '더해진' 일정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4일 팀 K리그와 토트넘의 친선경기 일정을 발표하면서 "이번 친선경기는 쿠팡플레이와 피치 인터내셔널이 주최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일환"이라며 "연맹과 쿠팡플레이는 지난 12일 K리그 발전을 위한 포괄적 마케팅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경기는 K리그와 쿠팡플레이 간 협력관계 강화는 물론 K리그 대표 선수들과 토트넘의 맞대결을 기대해 온 국내 축구팬들에게 좋은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국가대표 손흥민이 아닌 토트넘 손흥민의 모습, 그리고 해리 케인(29) 등 토트넘 스타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건 국내 팬들에겐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손흥민 역시 "직접 소속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설렌다"며 쿠팡플레이를 통해 방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K리그 팬들이나 구단들 사이에선 불만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작지 않은 분위기다. 가뜩이나 카타르 월드컵 때문에 역대 가장 빨리 개막하는 등 시즌 전체적인 일정이 빡빡한 데다, 특히 7월은 팀당 무려 7경기씩 치러야 하는 강행군이 예정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실상 각 구단들의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는 이벤트 경기까지 더해졌으니, 이번 친선경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더구나 같은 달 19일부터 27일까지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EAFF E-1 챔피언십(개최지 미정)이 예정돼 있다. 유럽파 차출이 불가능한 대회인 만큼 대표팀은 K리거가 주축이 될 예정이고,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도 "최선의 전력으로 대회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한 대회다.

문제는 올 시즌 일정이 워낙 빠듯한 탓에 지난 2015년 대회(2017·2019년 12월 개최)와 달리 올해는 휴식기도 없이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을 제외한 채 K리그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각 구단들 입장에선 가뜩이나 살인적인 7월 일정에 대표팀 차출이라는 이슈에도 대응해야 하는데, 여기에 토트넘과 친선경기라는 변수가 더해진 셈이다.

특히 토트넘전 경기가 예정된 13일은 혹독하게 편성된 7월 일정 속 그나마 선수들이 주중에 한숨 돌릴 타이밍이었다는 점에서 구단과 팬들의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창 순위 싸움이 치열한 시기인 데다 무더운 날씨에 휴식이 절실한 시기에 구단별 핵심급 선수들은 1경기를 더 소화해야 하는 셈이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이목은 손흥민과 토트넘에 쏠릴 수밖에 없다 보니, '팀 K리그' 선수들은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을 위한 경기인가' 또는 '누구를 위한 연맹인가'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K리그 구단 관계자는 "토트넘과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만큼 선수들 입장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구단 입장에서 달갑지는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이번 시즌 일정 자체가 월드컵 때문에 엄청 빡빡하다. 7월이면 특히 경기도 많고 한창 더울 시기인데, 이벤트 경기까지 끼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독하게 얘기하면 선수들은 희생양이라고 본다. 누가 봐도 토트넘과 손흥민만 주목받을 경기이지 않나. 그런 경기를 연맹이 관여하고 홍보하는 건 씁쓸한 일이다. 왜 하필 올해, 가장 힘든 시기인지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토트넘전에 나서게 될 팀 K리그의 선수 구성이나 선발 방식 등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른바 '노쇼'와 지각 사태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친선경기 당시엔 K리그1 12개 구단이 제출한 베스트11 총 132명의 선수들을 후보군으로 채운 뒤, 팬 투표를 통해 '팀 K리그'가 결정됐다. 같은 소속 선수는 최대 3명까지만 투표가 가능한 규정으로 팬 투표 11명, 연맹 경기위원회 선정 9명 등 20명 규모로 선수단이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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