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주부도 보이스피싱 수거책…9900만원 날랐다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박수현 기자 2022.04.1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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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에서 현금수거책으로 일하며 9900여만원을 가로챈 6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홍순욱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주부 A씨(67)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피해자 4명에게 369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20년 11월27일부터 12월11일까지 피해자 10명에게 99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신원미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피해자를 속이면 A씨가 직접 찾아가 돈을 받고 조직의 계좌로 무통장 송금을 하는 '현금 수거책' 역할을 맡았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기도 했다. A씨는 2020년 12월11일 오후 3시41분쯤 인천 부평구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전화를 받고 나온 피해자를 만나 "B팀장이 시켜서 왔다"며 금융기관 직원인 듯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서류배달과 대출변제금 회수 업무를 했을뿐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홍 부장판사는 A씨의 업무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점, 일부 피해자에게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 점 등을 근거로 미필적으로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했다. 피해자 2명이 다수의 현금수거책으로부터 돈을 빼앗겼는데, 이 가운데 다른 수거책이 가로챈 금액에 대해서는 A씨의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홍 부장판사는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이 다른 수거책을 이용해 같은 피해자에 대한 추가 범행을 저지를 것으로 예상했다거나 자신이 수거한 돈이 피해자들로부터 빼앗은 금액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홍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9900만원 규모의 보이스피싱에 가담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며 "다만 피고인이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사정,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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