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정부효율성 혁신을 가져올 '플랫폼정부'

머니투데이 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 2022.04.1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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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1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1


북위 1도에 있는 상하(常夏)의 나라 싱가포르는 2019년, 2020년 연속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사회불안과 정치분쟁으로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강제로 독립당하고 식수도 자급할 수 없는 척박한 여건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경쟁력의 근간이 정부효율성에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면 공무원이 찾아와 애로사항을 살펴 직접 해결해주거나 파트너를 연결해준다고 한다. 정부가 수요와 공급을 잇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플랫폼은 대세다. 시가총액 규모에서 세계 10대 기업 중 6~7개는 플랫폼기업이다. 아마존, 메타(옛 페이스북), 알파벳(구글 모회사)은 플랫폼사업으로 시작했고 성장한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텐센트는 협업툴과 게임에서 메타버스를 지향하며 플랫폼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애플과 테슬라는 아이폰과 전기차라는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플랫폼사업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가 금융, 자동차, IT 등 전통사업보다 플랫폼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플랫폼이 갖는 네트워크 효과다. 플랫폼에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1인당 비용이 줄고 효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한다. 참신한 기능을 갖춘 새로운 메시지 서비스가 출시되더라도 많은 친구와 연결된 기존 메시지 서비스를 포기할 수 없는 까닭도 네트워크 효과에 있다.

플랫폼은 기존 사업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으로 획기적인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 전통사업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단방향 사업이다. 이에 반해 플랫폼사업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고객인 양면시장을 갖는다. 여러 주체의 참여를 끌어내고 균형잡힌 가치를 창출해야 하니 투명하고 열린 생태계가 필수다. 융합과 혁신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아닐 수 없다.



2021년 한국의 IMD 국가경쟁력은 전년과 같은 23위였다. 17위의 인프라, 18위의 경제성과와 27위의 기업효율성은 전년 대비 상승했거나 유지했지만 34위로 6계단 하락한 정부효율성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발족한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한 TF'에 큰 기대를 거는 사연이 여기에 있다. 단순 행정효율화를 위한 디지털화가 아닌 민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서비스 혁신이라는 플랫폼에 의미를 실었다.

지금까지 국민은 국가계획, 제도, 정책의 수요자였고 정부는 탁월한 공급자였다. 경제 대동맥으로 평가받는 경부고속도로의 시작점도 '아우토반'을 경험한 대통령의 지시였다. 정부는 현안이 생기면 선진국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해 공급했다. 대한민국은 온갖 위기를 극복하고 당당히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자부심의 높이만큼 이슈의 해결방안을 찾을 가능성은 줄고 지구촌에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책임감은 높아졌다. 패러다임을 바꿔 국민이 정부정책의 프로슈머가 될 수 있는 플랫폼정부로 변화가 절실하다.

싱가포르는 정부효율성을 위해 최고의 인재로 국가를 경영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1993년 제정된 공무원보수에 관한 법으로 최고의 대우를 보장했다. 국가공무원대학(CSC)을 설립해 연간 100시간 이상 교육을 제공한다. 우리는 전자정부로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또한번의 도전이고 기회다. 하지만 국가공무원의 일류화와 플랫폼 문해력 강화 없이 정보시스템 도입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전 부처의 국가공무원 교육을 담당하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방문했다. 싱가포르의 공무원대학이 부럽지 않은 프로그램과 온·오프라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국가공무원 자질의 우수성에서 대한민국이 싱가포르에 뒤질 리도 없다. 플랫폼 정부에 걸맞은 공직자 인식함양과 역량향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인재개발원 기념비 문구에서 플랫폼정부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내 一生 祖國과 民族을 爲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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