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투자사 역인수한 권혁빈...이제 글로벌 금융 키운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2.04.14 06:00
글자크기
스마일게이트 CI.스마일게이트 CI.


스마일게이트는 창사 이래 단 한차례만 외부 투자를 받았다. 2007년 MVP창업투자로부터 유치한 25억원이 유일하다. 이 마저도 스마일게이트는 1년 만에 상환했다. 당시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권현빈 스마일게이트 대표가 지분율 희석을 싫어해 투자금을 단기간내 상환했다는 말이 돌았다.

이후 창업 육성, 투자에 눈을 뜬 스마일게이트는 피투자 4년 만인 2011년 140억원을 들여 자사에 투자했던 MVP창투를 역인수했다. 투자를 받는 것은 싫어하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는 열의를 보인 것이다.



그런 스마일게이트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미래 비전으로 독립적인 금융 전문 그룹을 구축한다고 13일 밝혔다. 투자 경험을 살려 혁신기술이 접목된 금융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스타트업의 글로벌 성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크로스파이어 성공에 '풍푸한 현금', 게임-금융 계열 분리로 경쟁력 강화
/사진=스마일게이트/사진=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는 2007년 출시한 크로스파이어가 중화권에서 크게 성공하며 비상장사 임에도 풍부한 현금유동성을 확보했다. 대부분 초기 게임회사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일찌감치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게된 배경이다.



이후 스마일게이트 자산운용을 설립해 국내외 혁신 기업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자산운용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040억원에 달한다. 2011년 인수한 MVP창투는 2014년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로 간판을 바꿔달았고,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며 600여개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스마일게이트는 금융 관련 사업을 고도화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게임·엔터테인먼트 그룹과 VC(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사(스마일게이트 자산운용) 등을 포함한 금융 전문 그룹으로 지배구조를 분리하는게 골자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스마일게이트홀딩스 이사장)는 금융 그룹의 글로벌 비전을 지원하고, 별도로 개인적 지원을 포함한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권 창업자의 자산은 68억달러(한화 약 8조2900억원) 국내 4위의 자산가다.


권 창업자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의 이사장도 맡아 CSV(공유가치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금융 그룹의 설립도 CSV 활동에 더해 청년 창업가들의 성장을 돕는다는 복안이다.

글로벌 금융 플랫폼 구축, AC 설립해 초기 적극 투자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이사회 의장. /사진=스마일게이트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이사회 의장. /사진=스마일게이트
양사를 포함해 새롭게 출범할 스마일게이트 금융 그룹은 글로벌 금융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인공지능(AI)이나 블록체인 등과 같은 신기술을 접목한 금융 서비스를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투자 부문에서는 교두보 역할에 적극나서며 '미래 지향적 성장'에 주력한다. 미국을 포함한 금융 선진국과 성장성이 큰 인도, 중국,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도 이어 간다.

엔젤 펀드 등 초기 단계에 대한 투자 프로그램도 적극 개발한다.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는 연내 엑셀러레이터(AC)를 법인 분리해 초기 투자 역량 강화에 나선다. AC, 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이 각각 엔젤펀드 등 초기 투자, 시리즈 A부터 프리-IPO(기업공개) 단계를 다루는 전통 벤처 투자, 상장사 및 부동산·해외 투자 등을 각각 전담한다.

성준호 스마일게이트 그룹 대표는 "올해는 스마일게이트 그룹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미래의 20년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보다 혁신적인 글로벌 금융 분야를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원년"이라며 "혁신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글로벌 탑티어 금융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는 비상장사임에도 2020년 국내 게임업계에서 5번째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기업이다. 글로벌 히트작인 '크로스파이어'를 비롯해 모바일 게임 '에픽 세븐', MMORPG '로스트아크' 등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