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은 왜 그렇게 감동적이었을까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22.04.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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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은 왜 그렇게 감동적이었을까


지난해 여름 우리 가슴을 설레게 만든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도쿄올림픽 4강 신화의 여운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



스스로를 배구 덕후라고 소개하는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 저자 곽한영 부산대학교 교수는 여자배구 대표팀의 기적의 장면들이 남겨지기까지 과정들을 책에 남겨 놓았다.

배구를 아는 사람들이 지켜본 도쿄올림픽 4강은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라고 책은 말한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단 한 번도 선수생활을 해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감독의 지시나 표정 하나 하나가 더 다르게 보였을지 모른다. 올림픽 대표팀을 이끈 라바리니 감독의 나이가 40세에 불과하지만 16세 때 동네 배구팀에서 코치 경력을 시작한 지도자 경력 24년의 베테랑 감독이란 사실을 알고 나면 배구를 넘어 리더십과 프로페셔널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또 김희진 선수가 단순히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기 때문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제 기량 이상 해냈다는 이야기에선 선수의 플레이가 전해주는 울림의 깊이가 남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가 꼽은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의 가장 멋진 장면은 강력한 스파이크가 코트에 꽂히는 순간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우리에 갇힌 야수처럼 상대방의 서브를 기다리며 자세를 한껏 낮추고, 매서운 눈매로 네트 너머를 노려보며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도 이런 배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라고 권한다.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면 배구의 규칙이나 상식, 우리나라 배구 역사와 저자가 인상 깊게 봤던 배구 경기 장면 등을 모아두어 초보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포지션을 비롯해 로테이션 시스템 등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다. 저자의 면밀한 설명으로 이어지는 이 챕터를 읽으면 센터나 레프트, 라이트, 세터, 리베로까지 각 포지션 선수들이 어떻게 그토록 치열하면서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곽한영 지음/사이드웨이/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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