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한복판서 난사하고파"…3년전 악플에 날아든 고소장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2022.04.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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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합의 끝에 모욕죄 모면한 직장인 남성, 법원 소환장은 아내에게 들통

/사진=뉴스1/사진=뉴스1


인터뷰 기사에 모욕성 댓글을 게시한 후 3년여 만에 고소를 당한 직장인이 피해자와 합의한 끝에 형사처벌 위기를 모면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형법상 모욕 혐의로 약식명령을 받은 뒤 정식재판을 청구한 A씨 사건에 대해 공소를 8일 기각했다.

피해자가 지난 4일 A씨에 대한 고소를 취소한 것이 기각 사유다. 형법상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고소는 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40대 남성 직장인 A씨는 2018년 12월9일 한 언론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게재한 기사를 읽고 저녁 6시 무렵 댓글을 게시했다.

해당 기사에는 일반인 성소수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기사 상단에는 당사자들의 얼굴이 나온 사진도 첨부돼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댓글창에 "나에게 K3(기관총) 한 정 예비총열 한 정 그리고 탄통 100개만 지원해주면 저런 것들 쓸어버리겠다"고 폭언했다. 또 "제발 지원해줘. 퀴어축제 한복판에서 난사하고 싶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로부터 3년여 뒤 A씨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댓글로 모욕을 당한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했으니 출석해달라는 요구였다.

이후 검찰은 A씨를 지난해 11월19일 모욕 혐의로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기소내용을 받아들여 올해 2월15일 벌금 약식명령을 부과했다.


범죄전력이 생길 위기에 처한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한 뒤 국선변호인 선정을 요청했다. 또 뒤늦게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며 고소 취소를 요청했다.

A씨는 합의 끝에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지만, 배우자에게 피소 사실이 들통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법원이 A씨의 자택으로 공판기일 통지서와 공소장, 피고인 소환장 등을 연이어 송달했기 때문이다.

법원 송달기록에 따르면 해당 문서들은 모두 A씨의 배우자가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모욕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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