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전쟁...롯데 철수한 가운데 신규진입도 속속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2.04.1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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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 가파른 새벽배송 시장…신규 출사표 업체들 늘면서 경쟁 혈투 양상

새벽배송 전쟁...롯데 철수한 가운데 신규진입도 속속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2년 만에 중단한다. 자원 투입에 비해 뚜렷한 결과물이 없어서다.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 여력이 크다는 판단에 업체들이 속속 신규 진입하고 있지만 경쟁에서 밀려나기도 하는 셈이다. 새벽배송 시장이 치킨게임 양상이 되면서 수많은 업체들이 새벽배송 시장에서 명멸하고 있다.

12일 롯데온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롯데마트몰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오는 18일부터 종료한다고 밝혔다. 후발주자로서 비용을 투입한 것에 비해 아웃풋이 별로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경쟁력이 있는 '바로배송'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이미 자리 잡은 회사들 사이에서 효율적 배송에 관한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롯데온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 지 2년 만에 시장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롯데온은 롯데마트몰을 통해 2020년 5월부터 '새벽에 온'이라는 이름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김포·의왕·부산 3곳의 전용센터를 통해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과 부산에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출혈경쟁으로 인한 추가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롯데마트몰 새벽배송 종료 공지. /롯데온 캡처롯데마트몰 새벽배송 종료 공지. /롯데온 캡처
새벽배송 시장은 전쟁터다. 아직 수익을 내고 있는 업체는 없다시피 하다. 오프라인 매장과 통합 물류센터를 통해 재고관리에 나서는 오아시스마켓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다. 새벽배송은 인건비가 주간보다 2배 정도 더 드는 데다 냉장·냉동 배송시스템 등 물류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초기에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여야 한다. 게다가 업체들은 100원 특가 딜, 사은품 제공, 무료배송 쿠폰, 할인 쿠폰 등 수익을 갉아먹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



새벽배송 빅3로 꼽히는 마켓컬리, SSG닷컴, 쿠팡 등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질주를 멈출 수 없다. 마켓컬리 비상장 (16,950원 ▲850 +5.28%)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전년비 87.3% 증가한 217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SG닷컴 영업손실은 전년 469억원에서 1079억원으로 확대됐다. 쿠팡(Coupang, Inc.)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14억9396만달러(약 1조8000억원)로 전년 5억1599만달러(약 6210억원) 대비 적자폭이 증가했다.

롯데온 외에도 수익성 문제로 새벽배송 시장을 포기하는 업체들은 종종 있어 왔다. 롯데홈쇼핑은 2019년 7월 자체 새벽배송인 '새롯배송'을 론칭했지만 1년만인 2020년 서비스를 끝냈다. 동원F&B가 운영하는 '동원몰'도 2019년 2월 새벽배송 '밴드프레시'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2020년 6월부로 서비스를 마쳤다. 롯데슈퍼 역시 2018년 새벽배송을 도입했지만 지난해 1월 서비스 중단을 알렸다.

반면 새벽배송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업체들은 잇따른다. 이는 이미 포화상태인 e커머스 시장에서 새벽배송 시장은 성장 여력이 남아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음을 의미한다. 업계와 교보증권 등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3년 11조9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티몬 새벽배송 공지티몬 새벽배송 공지
2015년 마켓컬리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쿠팡과 오아시스 비상장 (14,500원 ▲500 +3.57%)마켓, SSG닷컴, GS프레시몰, 헬로네이처, 현대백화점 새벽투홈 등이 이 시장에서 겨루고 있다. CJ온스타일과 NS홈쇼핑도 지난해 12월부터 수도권에서 가정간편식 등을 새벽배송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지난 2월 G마켓·옥션과 인터파크가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이달부터 티몬도 콜드체인 물류회사인 팀프레시와 협약을 맺고 새벽배송 서비스 개시를 선언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이 신시장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매력적이긴 하지만, 흑자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대기업들도 서비스를 차별화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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