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중흥 회장 왼쪽 3번째
노가다(막노동)에서 십장(리더)으로 올라서면 그 필드에선 성공한 것이지만 공부를 더해 분양대행이라는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먹고 살만해졌지만 이후엔 사업을 해보겠다는 도전이다. 헌데 그게 끝은 아니다.
이런 스토리는 지난 세기에나 있을 법하다고 여길 지 모르지만 실제로 현재 진행형이다. 재벌이 드문 호남에서 80년대 이후부터 사업을 키워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중앙으로 진출한 중흥과 호반이다.
호반그룹 창립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김상열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수성가한 두 창업주는 광주에서는 서로 호형호제할 정도로 관계가 좋았지만 중앙진출 직전에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에 출마한 정 회장을 김 회장이 돕기로 했다가 일이 틀어지면서 서로 소원해졌다는 게 내부자들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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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서 김상열 회장도 광주 상의 회장 출마를 두고 당시 맹주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지원을 얻지 못한 구원이 있다.
자아실현 욕구를 넘어 2세대 경영체제를 구축한 두 그룹의 성장욕은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뒤지던 중흥은 지난해부터 호반이 우선인수 협상권(2018)을 포기한 대우건설 인수전에 나서 지난달 말 그룹편입에 끝내 성공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7위이던 중흥토건이 5위 대우건설을 더해 올해는 GS건설을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설 예상이다. 13위에 처진 호반이 조급하지 않을 수 없다.
대우건설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을 저울질하다 놓친 호반은 금호가(家)가 해제되고 몰락한 이후 호남의 맹주를 자처하다가 역전당한 꼴이다. 그래서 호반이 최근 한진칼 지분 13.97%를 기습적으로 사들이고, 해운사 폴라리스쉬핑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맹주자리를 놓친 이후의 조급함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